일부 실시 후 전지역 확대 ‘압박’軍, 확성기 성능시험 진행대형 전광판도 재설치키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위한 군 당국의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남북이 2004년 6월 심리전 중단에 합의한 뒤 군 장병들이 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위쪽 사진)과 1992년 전방지역에 북한을 향해 설치된 대형 전광판. 동아일보 자료 사진
○ 확성기 테스트 중
군 당국은 현재 2004년까지 사용하다 철거해 보관해 둔 확성기들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28일 “확성기 대부분은 1996년에 구입해 2004년까지 사용하다 6년간 창고에 쌓아둔 것”이라며 “일부 확성기는 오래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재사용이 어려운 확성기는 새것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확성기 조립은 북한군 초소의 사격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에서 이뤄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확성기를 설치하면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경고한 만큼 확성기 조립작업 대부분을 후방에서 마치고 현장 설치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확성기 설치를 순차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10여 곳씩 묶어 수차례에 걸쳐 군사분계선 전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확성기를 조준 사격할 경우 군은 인근 일반전초(GOP) 경계초소(GP) 병력이 공동으로 대응 사격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 군의 심리전 현황
군 당국은 전파변환장치를 거쳐 대북 확성기를 통해 심리전 방송을 내보내게 된다. 과거 군은 심리전 방송 아나운서를 정보병과 여군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방송작가만 20여 명에 달했고 연간 예산도 50억∼6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심리전이 중단되면서 담당 조직의 규모도 줄었다. 과거 3개 중대 24개 소대였으나 지금은 2개 중대 7개 소대로 축소됐다. 소장이 책임자였던 합동참모본부의 민심(민사심리전)참모부도 지난해 4월 폐지돼 해당 기능이 작전참모부 정보작전처로 축소 통합됐다. 군 당국은 확성기 외에 대형 전광판 설치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광판은 모든 장비를 새로 구입해야 하고 조립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 설치까지는 4, 5개월이 걸릴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 대북 심리전의 역사
군은 북한의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1962년 심리전 방송을 시작했다. 1963년부터는 전단 작전도 실시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중단된 심리전은 1980년 9월 9일 북한의 대남 심리전 공세에 맞서 재개됐다.
북한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협상 과정에서 남북 간 심리전 중단을 제안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인민무력부에 ‘남쪽의 황색바람을 차단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군 당국에 따르면 실제 대북 심리전의 영향을 받아 남한으로 귀순한 주민과 군인은 1990년 10명, 1994년 52명, 1997년 85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쌍방 간 비방 중지’를 먼저 제안했고, 남측의 전단 살포 작전은 중지됐다. 이어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모든 심리전이 중단됐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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