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하토야마 ‘천안함 묵념’ 제안에 원자바오 “좋다”… MB “감사”

■ 회의 이모저모
하토야마 ‘46용사’ 조문…北제재-FTA체결 강조
원자바오, 아침 일찍 산책…MB “열심히 사는 사람 습관”

협력상징 해송 식수 30일한일중정상회의를마친이명박대통 (가운데),원자바오중국총리(오른 대전현충원 참배쪽),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 조각공원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3국 정상은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해송을 심는 행사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서귀포=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29일 제주에 모인 3국 정상들은 첫 회의(제1세션)를 천안함 46용사를 추도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회담이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회의장에 착석한 후 곧바로 “일본 한국 중국의 정상들이 애도의 뜻을 표했으면 한다”며 묵념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동의하면 그렇게 하자”고 말했고, 원 총리는 “좋다”고 답했다. 정상들이 모두 일어나 10초가량 묵념을 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셰셰” “아리가토”라며 중국어와 일본어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전현충원 참배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부부(가운데)가 29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의 묘소를 참배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제주에 도착하기 전에 국립대전현충원에 먼저 들러 조문을 하는 등 ‘천안함 외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일중 정상회의 직전에 열린 한일 단독회담에서도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방안을 강조하며 한국과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뜻을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지난 100년의 과거사를 확실히 청산하기 위해 반성할 일은 반성하겠다. 앞으로 100년의 한일 관계를 위해서도 FTA 협정 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현충원 참배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부부(가운데)가 29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의 묘소를 참배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원 총리가 묵념에 동의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원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은 정의를 주창하는 책임 있는 국가다. 한국이 관련국과 (천안함 침몰 원인을) 공동 조사한 것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회의를 마친 뒤 여미지 식물원으로 이동해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에는 해물신선로 등이 나왔고 건배주로는 제주 특산 감귤주와 감귤 막걸리가 곁들여졌다.

회담 둘째 날인 30일 세 정상은 향후 10년간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취지로 ‘2020 타임캡슐’을 봉인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어 타임캡슐 매설 장소 옆에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수령 30년짜리 해송을 심었다. 또 이들은 세 나라 기업인 60여 명과 함께 오찬을 겸한 ‘비즈니스 정상회의’를 열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한국 중국 일본의 청년 과학자 60여 명을 불러 격려한 뒤 내년에 일본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세 정상은 30일 제2세션 회의에 앞서 5분가량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원 총리는 이날 아침 일찍 산책을 했다며 “늦게 자더라도 아침에 가벼운 운동을 하면 정신이 맑아진다. 수십 년 동안 해온 건강관리 비결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열심히 사는 사람은 아침 습관이 비슷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하토야마 총리는 한류 팬인 미유키(幸) 여사를 거론하며 “아내가 ‘제주도 경치가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본 풍광이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원 총리는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국내 경제4단체장 및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등 5개 대기업 총수 및 경영인과 만나 한중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5개 대기업은 주한 중국대사관이 직접 선별한 기업들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중국 정부의 ‘낙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중국 진출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원 총리는 현대차 정 회장에게 “오늘 아침에 거리를 나갔더니 다니는 차가 다 현대차더라”며 덕담을 건넸다. 정 회장은 “올해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100만 대 이상을 생산, 판매할 예정”이라며 “현재 베이징에 현대 제3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LG 구 회장은 광저우에 추진하는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 건립 지원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한국에 이은 ‘제2의 삼성’을 중국에 건설하고자 한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중국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이날 간담회 참석 명단에서 빠졌다. SK 측은 “주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초청 연락을 받았지만 최 회장이 외국 출장 중이어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귀포=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