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출범부터 잡음깵 역대 위원장 절반 중도사퇴
관객수 - 수출 등 영화 성적표도 4년전 수준 회복못해
■ ‘위원장 퇴진론’ 나오며 역할에 대한 근본적 문제 불거져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과정 외압 논란을 둘러싸고 위원장 퇴진론과 함께 영진위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불거지고 있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차관은 “유감 표명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1999년 5월 출범한 영진위는 일곱 번째인 조 위원장 이전의 위원장 6명 중 3명이 중도 사퇴해 ‘위원장의 무덤’으로 불린다. 조 위원장도 3년 임기 중 2년 3개월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연간 400억여 원의 지원금을 둘러싼 영화계 정파 및 세대 간 갈등이 위원장을 흔들어댄 결과라고 보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다. 삼성물산 사장을 지낸 신세길 씨(현 서울반도체 회장)가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하자 “영화와 무관한 인물을 갈등 미봉책으로 보냈다”는 비난이 불거졌다. 위원으로 위촉된 김지미 윤일봉 씨는 “직을 수락한 적이 없다”며 “영진위 설립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내홍 끝에 3개월 만에 물러났다.
2004년 9월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출품작을 김기덕 감독의 ‘빈집’으로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상영관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로 바꾼 것은 영진위 행정의 비합리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비대해진 노조 복지 등 방만한 운영도 위원장에게 부담이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에 위원장을 맡은 강한섭 씨는 “10년간 영화계에 불거진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을 봉합하고 영화산업의 수익률을 회복하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겪다가 지난해 6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관과 기관장 모두 최하위 평가를 받아 취임 1년 2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후 영진위 노조는 민노총에서 탈퇴하고 단체협약에서 쟁의기간 중 임금 지급 및 민형사상 책임 면제 등의 조항을 삭제하면서 조직체질 개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조희문 위원장 취임 이후인 올해 2월 다시 영상미디어센터 지원사업 위탁사업자 선정에 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영진위의 설립 목적인 ‘영화진흥’에 대한 효율성 평가도 미지수다. 2009년 한국영화 관객은 전국 7647만 명으로 전년보다 20.3% 늘었지만 사상 최고인 2006년 9791만 명에는 못 미쳤다. 2006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투자수익률은 여전히 ―19.6%로 손익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제작비 투자총액은 3187억 원으로 2008년보다 213억 원 줄었다. 불법 유통 영화의 확산으로 홈 비디오 등 부가판권 시장은 몰락하고 전체 매출에서 극장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 기형적 시장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비한 규제로 수익이 불안정해진 데 대한 부담을 산업 현장에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 수출 총액은 1412만 달러로 전년보다 32% 줄었다. 2006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지원금을 분배하는 방식의 현재 영진위 시스템에서는 비슷비슷한 공정성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개별 사업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위한 인프라 확대나 복지 등의 공익추구 용도로 자금 운용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