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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길 기자의 월드컵 플러스] 강철체력 없인 첫 원정 16강 ‘머나먼 길’

입력 | 2010-05-31 18:36:59


월드컵 가는 길엔 언제나 ‘논쟁’이 존재했다. 1998년 대회 때는 부상자 황선홍의 동행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었고, 2002년엔 체력 훈련의 효율성과 베스트 11 조기 선정 여부, 그리고 평가전 상대 등을 놓고 대립 각이 섰다.

2006년엔 감독 교체와 관련해 찬반으로 갈렸다.

그런 점에서 보면 허정무호는 비교적 순탄한 편이다. 위기를 맞곤 했지만 곧바로 제자리를 찾았고,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동국의 최종엔트리 여부가 논란을 빚긴 했지만 이는 ‘불붙었다’고 하기엔 미흡하다.

이처럼 뜨거운 감자가 사라진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금 쯤 ‘왜 베스트 11을 빨리 뽑지 않느냐’, ‘월드컵 개막이 코앞인데 체력 보다는 전술 훈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그런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는 히딩크 감독의 영향이 크다.

8년 전 이맘때 ‘감독 흔들기’가 여전했지만 히딩크는 ‘마이 웨이’를 고집했고, 결국 국내 축구인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히딩크는 비전을 제시했고, 완성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확실한 논리로 설득했고, 선수들은 아무 소리 없이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감독의 확신과 설득력의 중요성은 또 다른 한국축구의 유산이다.
허정무 감독도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허정무호에 ‘공포의 삑삑이(셔틀런)’가 등장하고, 과학 장비가 동원되는 것도 학습 효과 덕분이다. 히딩크 사단의 피지컬 트레이너를 그대로 고용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8년 전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 때는 5개월의 장기 플랜으로 체력과 전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해외파가 주를 이루는 현 대표팀은 정 반대다. 시즌을 마친 해외파들의 체력은 고갈됐고, 손발 맞출 시간은 부족하다. 시차 적응도 애를 먹고, 고지대 적응 훈련까지 해야 한다.

저산소방이나 산소마스크 등 이색 장비가 등장한 이유다.

2002년 월드컵 개막 전 치러진 잉글랜드(1-1)와 프랑스(2-3)와의 평가전 때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절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현 대표팀의 체력과 확연히 비교된다.

물론 코칭스태프는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해 훈련 프로그램을 짰을 것이다. 나름대로 잘 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벨라루스전(30일)에서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몸놀림은 걱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보니 전술적인 소화는 전무했다. 좋은 공부가 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과제를 남겼다.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무의미하다. 짜여진 프로그램이 혹여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하는데 효율성이 높은 지를 한 번 더 점검해보는 것이 급선무다. 체력 없인 사상 첫 원정 16강도 요원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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