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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스타크래프트 ‘지재권 전쟁’

입력 | 2010-06-01 03:00:00

“지적재산권 인정 안해서…”
블리자드, e스포츠協과 결별
“공공재다” “아니다” 공방속
중계 권 등 재협상 여부 주목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아이콘처럼 여겨집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450만 장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무엇보다 게임을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내놓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한국을 최고의 파트너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스타크래프트 2탄 발매를 앞두고 좋았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를 운영해 온 한국e스포츠협회에 사실상 결별을 통보했습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8일 동영상 프로그램인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레텍에 앞으로 3년간 스타크래프트 1과 2의 국내 경기 개최권 및 중계권을 독점으로 넘긴다고 밝혔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올해 8월까지만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권한을 가집니다.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들도 앞으로는 그레텍의 인터넷방송인 ‘곰TV’로 중계를 봐야 하니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입니다.

쟁점은 지적재산권, 즉 돈입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회장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불법적으로 게임 중계권을 판매하는 등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한국 팬들에게 보내는 e메일을 쓰기도 했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게임단 관계자들은 “강력 대응한다”며 3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3년간 협상을 시도했지만 단순히 지적재산권 문제뿐 아니라 게임단과 협회의 경영에 간섭하고 소유권을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날 기자간담회의 분위기는 “규탄한다”에서 “협상하고 싶다”로 흘러갔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 최원제 사무총장은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습니다.

e스포츠협회 측은 스타크래프트에 애착을 가지고 하나의 스포츠로 키웠기 때문에 재협상을 원한다고 합니다. 참석자 중 한 명은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게임을 넘어 ‘핸드볼’ 같은 스포츠처럼 일종의 공공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말은 그렇게 해도 아무도 스타크래프트를 공공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 경기가 인터넷방송에서 독점 중계돼 ‘소수의 게임’으로 전락하는 것을 팬들은 원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협상 전에 스타크래프트가 공공재인지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는 분명히 좁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는 “그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목소리에도 한 번쯤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