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형 서군선발 양보 1등 못하면 저 혼나요”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 DB]
KIA 양현종(22·사진)은 다승 공동1위(8승)를 달리면서도 “난 우리 팀의 ‘좌완’ 에이스다. KIA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윤)석민이 형”이라고 말한다.
“석민이 형이 변화구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준 것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 중 하나”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런 양현종이 꼭 결초보은해야 할 일이 생겼다. 1일부터 시작되는 올스타 팬 투표에서 웨스턴리그(KIA·넥센·LG·한화) 투수 부문 1등을 차지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다.
윤석민(24)은 2008, 2009년 서군(웨스턴리그) 투수 부문 팬 투표 1위를 차지해 2년 연속 선발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3년 연속 올스타전 선발에 욕심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아는 양현종도 선뜻 “형이 하라”고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뒤 윤석민이 동생을 불러 세웠다. “(양)현종아, 네가 나가라. 대신 1등 못하면 죽을 줄 알아!” 양현종의 가슴은 찡했다.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이 있나요. 형도 내심 하고 싶었을 텐데…. 제게 좋은 기회를 줬으니 약속을 꼭 지키고 싶은데….”
양현종은 ‘사심’ 때문이 아니라 ‘우애’ 때문에 한 표를 호소했다. 선거 전후로 달라지는 후보는 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팬 여러분, 꼭 한 표 부탁드립니다.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저 안 뽑히면 석민이 형한테 혼나요.”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