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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창의성 자산은 디아스포라”

입력 | 2010-06-01 03:00:00

■ 솔만 노벨재단 사무총장
“새 문화 접할때 창의적 아이디어 떠올라깵 해외 과학자 돌아오면 새 영역 개척”




노벨재단의 미카엘 솔만 사무총장이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선정 기준과 미래 인재의 자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특정한 사람에 대한 ‘밀어주기’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에서 멀어지는 길입니다. 그저 교육에 투자하고 인재들이 (지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자원을 제공해야겠지요.”

스웨덴 노벨재단의 미카엘 솔만 사무총장(66·사진)은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솔만 사무총장은 “한 국가가 특정한 사람의 이름을 알리려 든다면 오히려 공정성 문제에서 의심을 사 불이익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노벨재단은 1900년 알프레드 노벨의 뜻을 받들어 노벨상 제도의 운영을 위해 설립된 사설기관이다. 재단을 대표하는 솔만 사무총장은 1일 삼성그룹 호암재단의 호암상 특별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성균관대에서 미래 노벨상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노벨상의 의미에 대해 강연도 했다.

○ 코리아 디아스포라의 창의성

솔만 사무총장은 노벨상 수상자 선정의 주요 기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들려줬다.

“선정 기준은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과학의 경우 일반적으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발견, 거대한 (과학적)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솔만 사무총장은 페니실린의 발견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씻지 않은 배양접시에 핀 곰팡이가 세균을 없앤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 치료를 못 받아 죽었을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러한 수상자 선정 기준은 100여 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창의성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솔만 사무총장은 ‘한국의 디아스포라(유랑자)’를 창의성의 자산으로 꼽았다.

“한국의 디아스포라를 생각해 보세요. 세계 곳곳에서 창의성으로 대단한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세계적 과학자들은 조국을 떠나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 창의적 아이디어가 팍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자기가 알던 것과 새 문화가 충돌을 일으킬 때 아이디어가 생겨난답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과학자들이 조국으로 돌아오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교사들에게 순응할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인정받은 이념이나 신조에 의문을 품고 서로 논쟁을 벌여야 창의성이 솟아날 것”이라고 했다.

○ 노벨상은 논쟁 속에서 평화를 이끈다


솔만 사무총장은 노벨상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논란의 인물이 상을 받는 건 길고도 긴 역사를 자랑한다고 했다.

“과학 분야와는 성격이 다른 문학이나 평화 분야는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관점을 갖고 있죠. 그러니 이런 분야의 수상은 논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노벨 평화상이 논쟁을 낳더라도 결국은 시상 자체가 평화에 기여한다고 봅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우 노벨상을 심사한 위원이 아니기에 공식적인 답변은 할 수 없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 협상을 재개하는 등 평화 증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