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노력하고 땀 흘렸던 선수들이 탈락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묻어났다. 지난 30명의 예비명단에서 4명을 추려낼 때와는 또 다른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허정무 감독은 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한국 취재단 숙소인 카펠라 호텔에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명단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탈락의 고배를 마신 선수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 등 세 명.
허 감독은 “이근호는 슬럼프를 못 벗어나고 있고, 현지에서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 상황이다. 신형민은 기대도 많이 했는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안 좋았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 세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 여파가 오래갈 것으로 판단했다. 구자철은 포지션 중복 등을 고려했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가고 싶은데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외했다”고 탈락 배경을 밝혔다.
이어 “포워드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공격수 중 이동국(전북)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점이 고민스러웠다. 나머지 선수도 다 마찬가지다. 다른 포지션은 이미 배정됐지만, 공격 쪽은 확실한 옵션이 없는 상황이었고, 선수들의 컬러도 비슷해 고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또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그 동안 계속 지켜보고 검토하고 의논했다. 마지막까지도 이런 점, 저런 점을 고려했다. 포지션상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선수가 얼마만큼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세 경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도움이 될 것이냐를 나름대로 고심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아직 통보는 못 했다. 이제 돌아가면 선수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젊은 피 3인방 중 구자철(제주)만 탈락했다. 이 중 김보경의 발탁은 의외라는 평가다. 허 감독은 “실제로 보면 나이를 떠나 경기에서 큰 역할을 해준 선수들이다. 최근 한•일전도 그렇고 경기에 출전하면 결정을 지어주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땄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탈락한 선수 중 가장 안타까운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다 안타깝다. 마음이 썩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부상당한 선수도 마찬가지고, 그 동안 함께 노력했고 땀 흘린 선수들이 탈락할 때의 마음은 아프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마냥 안타까움만 드러낼 수 없는 법. 월드컵 본선이 11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허 감독은 “모든 것은 내가 짊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양심에 거리낌 없다면 만족할 것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각오로 남아공에 들어가겠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