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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감독 “이근호, 슬럼프 너무 길었다”

입력 | 2010-06-02 03:00:00

최종엔트리 기습발표

포워드부문 탈락자 선정 가장 고민
김보경 본선에서 충분한 역할 할 것

조별리그 3경기 전략은, 최종엔트리 23명 발표




허정무 감독이 1일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최종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5분간의 기자회견에서 허 감독은 비교적 차분했지만 탈락자 명단을 말할 때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이슈티프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마치 007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기자단이 대한축구협회 언론담당관에게서 통보를 받은 건 지난달 31일 오후 8시경(현지 시간). 당초 1일 오전 9시에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탈락한 선수들의 귀국 일정을 고려해 앞당겨졌다. 8시 50분경 허정무 감독은 코칭스태프, 언론담당관과 함께 대표팀 숙소에서 4km가량 떨어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기자단 숙소인 카펠라 호텔로 와 기자회견을 했다.

약 15분간의 기자회견. 허 감독의 목소리는 비교적 차분했다. 그러나 이근호, 신형민, 구자철 등 탈락자를 발표할 땐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 감독의 입에서 ‘이근호’란 이름이 나왔을 땐 기자단도 술렁거렸다. 그의 탈락을 예상했던 기자들은 거의 없었다.

―엔트리 23명의 선정 과정은….

“메디컬, 피지컬 담당과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결정했다. 훈련 결과도 중요했다. 오늘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세 명의 탈락 이유는….

“이근호는 기회를 많이 줬지만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신형민은 어제 벨라루스와의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구자철은 포지션 중복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선정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컸던 부분은 무엇인지….

“포워드다. 이동국의 몸이 완전치 않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 공격 쪽에선 아직 확실한 옵션이 없는 상황이라 누구를 탈락시킬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이승렬을 뽑은 배경은….

“이근호와 비교를 많이 했다. 앞으로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데 3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 결국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누구인지 생각했다.”

―이동국의 몸 상태는 어떤지.

“첫 경기(그리스전)는 힘들지 모르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는 가능하다. 일주일쯤 뒤엔 100% 팀 훈련도 가능한 상태다. 그리스전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 정도는 가능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보경의 발탁은 의외다.

“의외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면 나이를 떠나 경기에서 충분히 역할을 해줬다. 최근 한일전에서도 그랬고, 나가면 결정지어 줄 수 있는 선수다.”

―이근호는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많이 아쉽다. 현재 피지컬 측면에선 나쁜 선수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적응을 잘하고 좋아지고 있다. 이근호는 단지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엔트리 확정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그동안 쭉 지켜보면서 검토했다. 본선 3경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팀에 도움이 되느냐를 봤다. 탈락한 선수들에겐 돌아가면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를 밝힌다면….

“모든 건 내가 짊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만족할 것이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남아공에 가겠다.”

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