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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1년 성적표]미스터치킨 가락점 강성교 사장

입력 | 2010-06-03 03:00:00

‘최고’ 욕심에 시설-인건비 쏟아부어…쪽박 찰뻔
‘점심도 맛있는 치킨집’ 입소문 퍼져…대박 예감




강성교 미스터치킨 가락점 사장은 기계 설비 욕심에 기기 값을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지출했다. 그는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점심 메뉴, 사이드 메뉴를 다양화해 위기를 극복했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여러 가지 창업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창업 베테랑’도 실수는 저지른다. 미스터치킨 가락점 강성교 사장(38)은 제대 후인 27세에 처음으로 창업해 치킨전문점, 피자전문점, 주점까지 다양한 업종에 도전해 본 ‘창업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해 전기구이 치킨전문점을 열면서 “좋은 기기를 들여 더 맛있는 치킨을 만들자”는 욕심에 창업비용을 과도하게 쓰고 말았다.》


매장-주방 인력 줄이고
직원 빈자리 직접 뛰어
인건비 30%이상 절감
재기 꿈꾸는 발판 마련


○ 수입 기기 욕심에 기기 값 예산 2배 초과


강 사장의 초기 창업비용은 총 3억 원이다. 점포비 1억5000만 원(권리금 포함)에 전기구이기기와 보온기(익힌 치킨 온도를 일정하게 보존) 등 기기 값 1500만 원, 나머지는 인테리어 및 각종 부대비용이다. 강 사장은 “국산 기기보다는 수입 기기가 성능이 좋아서 맛도 크게 차이 난다는 주위 사람 말을 듣고 수입제품을 고집하다 보니 초기 투자비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기구이 치킨은 소금으로 간을 한 생닭을 전기 열로 서서히 익혀 만든다. 구운 치킨과 비슷해 보이지만 구운 치킨은 한 번 쪄서 살짝 익힌 뒤 오븐에서 다시 익혀 조리하는 데 비해 전기구이 치킨은 전기 열로만 50분 동안 서서히 구워 만든다.

전기구이 치킨의 맛은 굽는 동안 결정된다. 온도가 들쭉날쭉하면 고기 맛이 떨어진다. 강 사장은 “국산 기기는 열이 약하거나 일정하지 않은데 수입 기기는 항상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말을 듣고는 수입산 기기를 고집했다”고 말했다. 가격은 수입 기기가 국산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또 “직원 수가 서비스를 결정한다”는 생각에 사람도 많이 고용했다. 매장에 5명, 주방에 3명을 썼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은 창업 초기엔 필요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인건비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고, 월급이 적어지자 직원들도 소극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말했다.

○ 직원 운용 효율화부터 시작

그는 나빠지는 가게 상황을 더 두고 볼 수 없었다. 창업 3개월 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강 사장은 ‘초기 창업비용이야 어쩔 수 없지만 직원 문제는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점심시간에 일하는 직원과 저녁시간에 일하는 직원을 나눠 시간대별로 일하게 했다. 직원 수도 초기 매장 5명, 주방 3명에서 매장 3명, 주방 2명으로 줄였다. 정식 직원과 아르바이트의 비율을 반반으로 구성했다. 주방은 정식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1명이, 매장에는 정식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2명이 일하도록 했다

사장 본인도 매장은 물론 주방에도 직접 들어가 직원들과 똑같이 근무하면서 3, 4개월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인력을 운영하자 인건비를 예전보다 30%가량 줄일 수 있었다.

○ 인근 커피집과 호환 마케팅


메뉴도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치킨이라는 단일 메뉴만으로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힘들어서다. 점심 메뉴를 개발하고 치킨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사이드메뉴도 만들었다.

점심 메뉴로는 ‘치킨카레’와 ‘치킨가스’가 인기가 높다. 강 사장은 “치킨카레는 입맛이 없어서 색다른 메뉴를 찾는 고객에게, 치킨가스는 양이 많아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될 때는 점심시간에만 테이블당 3, 4팀의 손님을 받는다.

치킨과 함께 먹는 사이드메뉴로는 통감자구이와 ‘쫄뱅이(쫄면+골뱅이)무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 케이준 치킨샐러드, 나초 칩, 독일식 소시지 모듬구이, 어묵탕 등 치킨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조사해 다양한 메뉴를 만들었다.

인근 커피전문점과 호환 마케팅을 하면서 손님이 더욱 늘었다. 강 사장은 치킨전문점을 내면서 그 옆에 커피전문점도 냈는데, 미스터치킨에서 치킨을 먹은 손님은 아메리카노커피를 1000원에 사 마실 수 있게 하거나 반대로 커피를 사 마시는 손님은 미스터치킨에서 생맥주 한 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게 했다.

강 사장은 “치킨전문점, 커피전문점 호환 마케팅으로 양쪽 모두 꾸준히 손님을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후 1년이 지나자 가게 실적은 초기보다 2배 정도 늘었다. 창업 초기 일일 매출 150만 원, 월 마진 750만 원이었다. 현재는 일일 매출 250만 원, 월 마진 1650만 원을 벌고 있다. 강 사장은 “그동안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미스터치킨 가맹사업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미소 지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전문가 조언 매장옆 커피점 열어 공동 마케팅… 시너지 효과 ‘톡톡’

강성교 사장의 미스터치킨은 치킨전문점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점심 메뉴를 구성해 고객들이 매장을 좀 더 많이 방문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기본 주재료는 치킨으로 만들어 메뉴의 공통성을 잃지 않아 고객들이 더 만족했다. 단골고객들에게는 통감자구이 등과 같은 인기메뉴를 추가로 제공해 고객이 대접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정식 직원과 아르바이트의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해 인력비용 절감 효과를 낸 합리적인 인력 운영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활용할 경우 근무조건이 정직원보다 열악하기 때문에 이직을 자주 하게 되고 애사심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강 사장은 인건비에 대한 차이만 두고 이외 복지에 있어서는 정식 직원과 차이를 두지 않았다.

사장 자신이 직접 매장 일부터 주방 일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함으로써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서비스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져 고객들의 발길까지 끌어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직원의 사기를 돋우는 데는 사장이 직접 일을 하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최근 외식업에서 요구하는 합리적인 인력 운영의 모범답안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성공요소는 현재의 매장 옆에 커피전문점을 열고 공동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치킨전문점의 인테리어는 커피전문점과 공동 마케팅을 벌여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종합해 보면 강 사장이 적지 않은 초기 투자비용에 고생하면서도 1년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인력 활용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의 ‘니즈’를 시의적절하게 최대한 반영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어 가려면 무엇보다 고객들의 기호 변화에 따른 트렌드 분석에 집중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메뉴를 도입하는 데 뒤처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