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는 ‘맨발의 디바’라는 ‘틀’ 안에 갇히는 것을 싫어해 무대에 맨발로 서다가 하이힐을 신었다가 한다.
■ 맨발로 소리 위를 걷는 이은미
세상의 온갖 사랑이 내 노래속에
그러고보니 꽤 많이 했네…하하
누구나 그녀의 노래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노래 ‘어떤 그리움’에 관한 과거사를 털어놨더니, 이은미는 “세상의 온갖 연애가 다 내 노래 속에 녹아있긴 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했던 어느 한때의 기억을 기어코 돌아보게하는 그녀의 절절한 감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은미는 “아마도 경험?”이라고 씨익 웃으며 ‘아’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꽤 많이 했었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이은미는 슬픈 노래만 부를까. 이 부분에서 그녀는 “슬픈 노래만이 아니라 왜 슬픈 노래가 더 사랑받을까가 정확하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이고, 이에 가장 민감한 게 대중음악이지만 누군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은미란 가수의 연관검색어는 흩어지는 일 없이 명확하게 2가지로 압축된다. 슬픔이 농축된 발라드가 첫 번째고, ‘맨발의 디바’란 애칭이 두 번째다. 공연 때면 맨발로 무대에서 붙여진 타이틀.
이은미는 ‘맨발의 디바’에 대해 “영광스럽고 행복한 애칭”이라면서도 “내 꾀에 내가 빠진 격”이라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어느 순간부터는 굴레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신을 신고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없어지진 않아서….”
콘서트 중간에 신을 벗으면 더 큰 호응을 보여주던 팬들. 이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듯 이은미는 “요즘엔 그냥 내키는 대로 (신을) 신고, 벗고 한다”며 웃어 보였다.
어느새 무대에 선지 올해로 20년째가 된 이은미. 그녀는 스스로 “기특하게 잘 버텼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선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후반 레이스를 어떻게 장식할 것인지. 그녀가 밝힌 작전은 단순했다. “오늘처럼 내일도 맨발로 열심히”였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