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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국민의 선택]‘민심의 벽’ 만난 MB… ‘세종시 - 4대강 사업’ 어디로?

입력 | 2010-06-03 03:00:00

■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난기류
친서민-안보강화 투트랙 기조 유지
검찰개혁 챙기며 비리척결 나설 듯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참담한 성적을 얻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지지도가 50%대를 기록하는 등 높은 지지를 받아왔으나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를 예상 밖으로 강하게 표출했다. 이처럼 해독하기 어려운 성적표를 받아든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몇 가지 국정운영 기조를 직접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와 1일 국무회의 등을 통해 2012년으로 넘어가면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 등 일년 내내 선거판이 벌어지는 만큼 효율적으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기간은 향후 1년 반 정도가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경제=친(親)서민 중도실용 기조’ ‘안보=국가정체성 강화’라는 투 트랙의 국정운영 기조를 제시했다.

아울러 혹시 이완될 수도 있는 국정을 다잡기 위해 교육과 토착, 권력형 비리 등 3대 비리 척결, 검찰과 경찰 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 정치개혁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데도 주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스폰서 검사 논란 ‘1탄’에 이어 곧 ‘2탄’이 터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어서 이 대통령이 검경 개혁을 직접 챙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뚜벅뚜벅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태도를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여당의 핵심 사업들에 대해 대립각의 공약을 내세운 민주당이 기대 밖의 높은 득표를 함에 따라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상당히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내놓을 반전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일단 이 대통령이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인적쇄신을 통한 국면 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자칫 흐트러질 수도 있는 조직을 다잡고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이 인적개편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집권 후반기 정부의 국정운영을 국회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진용으로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먼저 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 체제를 정비한 뒤 그에 맞춰 ‘장수장관’ 교체 등 내각을 일신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인적쇄신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수정 재추진 문제는 ‘계륵’이다. 청와대 내에선 신중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충남에서 패한 것도 동력 상실의 이유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로 손해를 볼 만큼 봤다”고 말해 내심 세종시 수렁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권력구조 등에 대한 ‘제한적 개헌’에 관심을 가져왔으나 이를 직접 정면으로 제기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정치권의 합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불을 지폈다간 세종시 논란의 전철을 밟기 십상인 만큼 여의도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대통령이 당장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은 천안함 문제다. 국제무대에서 천안함 외교 등 북한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뒤 연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앞길에는 첩첩산중 난제가 쌓여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