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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패-民 압승, MB 정책 제동 걸리나

입력 | 2010-06-03 09:13:07


2일 실시된 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 끝에 광역단체장 6석을 건지는데 그쳐 사실상 패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인천을 비롯한 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 약진했다.

3일 오전 최종 개표 결과, 한나라당은 수도권 `빅3' 광역단체장 선거중 서울과 인천시장 2곳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오세훈 당선인이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 이날 새벽까지 초접전을 벌인 끝에 신승했고 텃밭인 경남과 강원, 그리고 세종시 수정추진 논란으로 주목받은 충청권 3곳을 전부 내주며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울산, 경북 등 6곳의 광역단체장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인천, 광주,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에서 승리하는 등 7곳의 광역단체장을 확보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자유선진당은 대전시장 1석을 챙기는데 그쳤고, 경남과 제주지사는 무소속 후보에게 돌아갔다.

기초단체장 228개 선거구에서도 민주당이 92곳에서 승리한 반면 한나라당은 82곳의 승리에 그쳤다. 무소속이 36곳을 얻었고, 자유선진당은 13곳에서 이겼다. 민주노동당이 3곳, 국민중심연합과 미래연합이 각각 1곳에서 승리했다.

또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21석을 확보해 압승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강남권 3석과 강북의 중랑 등 4석만 얻는데 그쳐 체면을 구겼다.

16개 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곽노현), 경기(김상현)를 비롯 6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됐으며 나머지 10곳은 보수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여권은 당초 이명박 정권의 반환점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50%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한 '북풍'(北風)에 힘입어 압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민심은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으로 나타나 여권의 후반기 국정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정운찬 국무총리 등 내각의 총사퇴를 포함한 전면적 국정쇄신과 4대강 공사 중단 및 세종시 수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지방선거 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수도권 '빅3'의 경우, 서울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47.4%)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46.8%)를 눌렀고, 경기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52.2%)가 유시민 야권단일 후보(47.8%)에, 인천은 민주당 송영길 후보(52.7%)가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44.4%)에 각각 승리했다.

충청권의 경우 충북은 민주당 이시종 후보(51.2%)가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45.9%)를 앞섰다. 충남은 민주당 안희정 후보(42.3%)가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39.9%)를 이겼다. 대전은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46.7%)가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28.5%)에 압승했다.

접전지역으로 분류됐던 강원은 민주당 이광재 후보(54.1%)가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45.9%)에 승리했다. 역시 박빙의 접전을 펼쳤던 경남은 무소속 김두관 후보(53.5%)가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46.5%)를 이겼다. 제주는 무소속 우근민 후보(41.4%)가 또다른 무소속 후보인 현명관 후보(40.6%)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영남권의 경우, 대구는 김범일 후보, 경북은 김관용 후보, 울산은 박맹우 후보, 부산은 허남식 후보 등 한나라당 후보가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어 텃밭을 지켰다. 호남 역시 광주 강운태 후보, 전북 김완주 후보, 전남 박준영 후보 등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했다.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선거 막판 '북풍'의 기운이 약해지고 오히려 역풍이 일면서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55%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에 비춰 야당 지지 성향의 젊은 층이 투표장으로 대거 나와 야권 후보에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약진함에 따라 이명박 정권 후반기의 정국 흐름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우선 여권은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헌법개정 등 현정권 후반기 역점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권과 일정 부분 타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충청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림에 따라 세종시 수정 추진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선거결과에서 확인된 민심을 수렴해 인적, 국정쇄신에 나서는 등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지도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정몽준 대표가 사퇴를 표명함에 따라 7월 초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면서 이에 따른 여권의 정치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야권은 지방권력을 크게 차지하는 약진을 발판으로 2년반 뒤 대선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승리를 진두지휘한 정세균 대표는 8월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얻어 차기 대권주자의 한명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특히 친노(親盧: 친노무현) 진영이 광역단체장 3곳(충남 안희정, 강원 이광재, 경남 김두관)에서 승리해 세력화에 성공하며 정국의 한 축으로 떠오름에 따라 파괴력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6.2 지방선거 투표율은 54.5%로 잠정집계돼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