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방콕국립경기장,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 경기장,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세나얀경기장이 바로 그곳이다. 이 곳에서 축구 경기가 많이 벌어졌고, 이 세 나라의 축구 실력이 아시아 상위권이었기 때문이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출전권을 따냄으로써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한국축구는 이후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까지 4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다. 하지만 확고하게 아시아 최강이라는 입지를 굳히지는 못한 상태였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 국가들이나 중동 국가들과 아시아 정상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세였다.
요즘에는 '축구 기자 좀 해 봤네'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프로축구 경기장 몇 군데는 가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동남아 국가에서 축구 취재를 할 때에는 홈구장처럼 편안했다. 현지인들과 우리의 외모가 비슷해 현지에서 구입한 티셔츠라도 하나 걸치면 현지 팬들과 뒤섞여 취재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봐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한국과 현지 국가대표팀과의 경기 때 한국이 골을 넣으면 저절로 "와~"하며 함성을 지르게 되고 그때 가서야 한국 사람인줄 안 현지인들의 뜨악한 눈길을 느끼긴 했지만…. 현지 팬들이 대부분 온순하고 질서 의식도 높아 편안하게 경기를 보거나 취재를 할 수 있었다.
8일 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 '어려운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남아공에서는 지난 1년 간 1만9202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강도 및 절도 사건은 수없이 많이 발생하고, 도심은 대낮에도 다니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테러 위협도 큰 골칫거리다. 남아공 국가합동작전 정보기구는 "이번 월드컵을 겨냥한 특정 테러 위협이 알려진 바 없다"고 최근 공식 발표를 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잉글랜드와 미국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루스텐버그의
로열 바보켕 스타디움에 보안검색기가 감지할 수 없는 폭발물을 사용해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이슬람 강경 단체인 알 샤밥을 비롯해 파키스탄과 소말리아의 무장 단체들이 남아공 인접국인 모잠비크의 북부 지역에 테러 훈련 캠프를 차렸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월드컵 기간 중 러시아 콩고 나이지리아 등에서 4만 명의 매춘부들이 남아공으로 집결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축구 팬들을 유혹할 태세다. 남아공은 성인 5명 중 1명이 에이즈 양성 반응자일 정도로 에이즈가 창궐한 곳. 이 때문에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영국을 방문했을 때 월드컵 기간 중 10억 개의 콘돔이 필요하다며 콘돔 공급을 요청하기도 했다. '보건 재앙'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찰의 철통같은 보호를 받는 선수단에게도 위험요소는 있다. 남아공 루스텐버그에 캠프를 차리는 잉글랜드대표팀의 경우, '독사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로 꼽히는 '블랙 맘마'의 서식지.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승승장구해 목표를 이루는 것은 물론, 우리 응원단과 취재진도 무사히 웃는 얼굴로 인천공항에 들어오기를 다시 한번 기원해 본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