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브래드쇼를 빼놓고 세라 제시카 파커(45)를 얘기할 수 있을까. TV시리즈 '섹스앤더시티'에서 칼럼니스트 캐리를 연기한 게 무려 8년(1998~2006년). 처음 출연했을 때가 서른세 살이었으니 파커는 캐리라는 역할에 30대의 대부분을 바친 셈이다.
그래서일까. 캐리로 살고 싶어 하는 파커의 욕심은 강하다 못해 조금 과한 것 같다. 영화 '섹스앤더시티' 제작과 출연까지 맡으며 캐리로서 '수명'을 늘려온 그는 27일 전 세계에서 개봉하는 '섹스앤더시티2'도 찍었다. 영화 포스터에 나온 주름을 포토샵으로 감추면서까지 말이다.
최근에는 한 술 더 떴다. 고등학생 캐리의 내면을 그린 책 '캐리 다이어리'가 발간된 것을 두고 "누가 10대 캐리를 맡을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자 파커는 수줍게 자신이라고 답했다. "영화 '아바타'도 만드는 세상에 특수효과를 쓰면 17세 캐리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세 아이의 엄마인 파커는 지독한 모성애의 소유자이자, 중고시장 쇼핑을 더 좋아하고, 맨해튼의 고급 브런치는 커녕 무조건 안 먹고 보는 저렴한 다이어트의 맹신자다. 한 인터뷰에서 파커도 이 점을 인정했다.
"캐리처럼 느끼고 생각하지 않죠. 내 인생은 좀 달라요. 선택들도 다르고요. 그러나 난 캐리를 흠모하고 사랑해요. 그녀를 연기하고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장점, 단점, 실수, 최악의 선택까지도."
▶ "될 때까지 낳고 싶어"…멈출 수 없는 모성본능
오래 사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헤어진 파커는 배우 매튜 브로데릭과 1997년 결혼했다. 2002년 아들 제임스 윌키 브로데릭를 낳았고 그때부터 인기와 가족,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 못 가진 게 있었으니 바로 둘째 아이.
"언제까지 애를 낳을지조차 정하지 않았다"는 파커의 출산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될 것이다. 이유는 뭘까. 그는 어릴 적 가정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8남매 중 넷째로 많은 형제들과 복닥거리며 살았던 그는 "아들에게도 나처럼 많은 동생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런 파커에게 당연히 인생 1순위는 훌륭한 엄마가 되는 것이다. 걸어서 아들의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걸 좋아하는 그는 엄마가 된 후 가장 달라진 것으로 이 일을 꼽았다.
"예전에 런던에 갈 때마다 처음 들르는 곳은 하비 니콜스(백화점)였어요. 그러나 이제는 햄리스 인형 가게가 됐죠.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에요!"
▶ 중고시장에서 옷 사는 알뜰 주부 파커
"아름답고 화려한 웰메이드 옷? 물론 좋아하죠. 그것을 충분히 살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요. 대신 엄마들이 즐겨 입는 실용적인 옷을 사지요.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줄 때 (화려한 의상을 입어) 아들을 당황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화수분처럼 집안 곳곳에 구두가 나왔던 캐리 집과 달리, (믿기는 어렵지만) 파커의 집에는 옷장 하나가 전부라고 했다. 옷장에는 엄마들이 즐겨 입는 편한 옷들과 청바지, 스웨터들이 주로 있으며 '코를 풀 수 있을 만큼 만만한 티셔츠'도 있단다. 물론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옷도 몇 벌 정도 있겠지만 말이다.
▶ 브런치는 언감생심, 굶는 다이어트가 최고
최근 비쩍 마른 몸의 파커를 보고 운동중독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그가 살 안 찌는 진짜 이유는 운동을 많이 해서라기보다 많이 안 먹기 때문에 가까운 듯.
자신이 밝힌 식단에 따르면 주중에는 채소로만 만들어진 샐러드만 먹고 주말에 피자나 커리 등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캐리는 맨해튼의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먹지만 파커는 일단 굶고 보는 다이어트를 한다.
늘 당당하고 화려한 캐리와 달리 파커의 미모 관리 비결은 소박하다. 아름다움의 비결을 묻는 말에도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이들이 있으니깐. 가능한 한 많이 걷고 뛰려고 하죠."
노출을 꺼리는 것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아들이 원치 않아서는 아닐까. 이번 '섹스앤더시티2'를 아들과 보러 갈 것이라는 파커는 특정한 두 장면만은 아들이 못 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홍보성 발언일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건 그는 영락없는 엄마라는 사실이다.
염희진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