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하겔 감독만 ‘침울모드’
■ 이상한 그리스 선수들
0-2로 파라과이에 패한 그리스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그리스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사진)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은 반면, 선수들의 얼굴은 나쁘지 않았다.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 전력 점검의 찬스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예상대로라면 모두가 조금은 침울해야 옳았다.
그래서일까. 레하겔 감독은 일찌감치 손을 써뒀다. A매치 관례인 공식 기자회견을 아예 열지 않은 것. 유일하게 허용한 것은 경기장 본부석 입구에 위치한 아주 짧은 믹스트 존에 불과했다. 그나마 레하겔 감독은 주관 방송사로 보이는 한 중계진과 10여 분 가량 독어 통역을 거치는 짤막한 인터뷰만 한 뒤 곧바로 자신의 차량을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선수들은 마치 이긴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90분 혈전이 끝난 뒤 벤치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펄쩍펄쩍 뛰고 노래를 부르던 파라과이 선수들은 언제 자신들이 그랬냐는 듯 조용히 버스에 오른 반면, 그리스 선수들은 현지 취재진과 활기차게 대화를 나눴다.
어느 누구도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았고, 몇몇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빈터투어 클럽 스태프와 사진을 찍으며 한껏 여유를 만끽했다.
빈터투어(스위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