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거포들 빼닮은 타격 노하우-찰나를 잡아내는 탁월한 눈썰미
스포츠동아DB
2할대 타율 김현수가 말하다
3할타율 회복? “난 신경 안써요”2할9푼으로는 왠지 부족한 것 같은 타자. 그것만으로도 김현수(두산)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다. 그가 아무리 “난 공 보고 공 칠 뿐”이라고 하지만, ‘고수’들에게는 비결이 있게 마련.
신일고 동기 김상수(넥센)는 “(김)현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눈썰미가 좋아서 투수의 습관이나 타자의 약점 등을 잘 짚어냈다”고 평가한다. 김현수에게 타격 노하우와 2할대 타율에 대한 심정을 들어봤다.
LG 박종훈 감독은 미국연수시절, 토니 그윈(전 샌디에이고)이 강연자로 예정된 지도자강습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윈은 19년 연속 3할과 3000안타를 달성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교타자.
동영상을 통해 공개한 그윈의 타격비결은 “투수의 손이 나오는 곳에 가상의 박스를 그리고, 그 박스에서부터 공을 보기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시선의 분산을 막고, 타이밍을 맞추는데도 더 용이하다는 이유.
박 감독은 “그 때 처음으로 ‘나는 어디서부터 공을 봤더라…’하는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하지만 22세의 김현수는 이미 이런 타격노하우를 알고 있었다. 그윈의 얘기를 꺼내자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손에서 공이 나오는 순간 (타격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아예 칠 수 조차 없다”고 했다.
그윈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학창시절부터 지도자들의 조언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결과다.
김현수는 “타이밍을 잡는 데는 매니 라미레스(LA 다저스)의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라미레스는 1일까지 통산타율 0.313, 홈런550개를 기록한 강타자. 힘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춘 타자의 표상이다.
김현수는 “라미레스는 투수의 디딤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왼발을 들어 올린다”면서 “그렇게 하면 타이밍이 잘 맞는다”고 했다. “이 방법을 알기 전에는 그냥 마구잡이로 친 것 같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
○전교 1등의 고민, ‘이게 정상인데.’
2일까지 김현수의 타율은 0.291. 반면 두산의 팀 타율은 0.298이다. 김현수는 “내가 팀타율을 깎아먹고 있다”고 했다. 2년 연속 타율 0.357에 대한 잔상 때문이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교 1등이 한 문제 틀렸다고 투정부린다면? 긍정적인 마인드 역시 그의 장점으로 자주 거론되는 항목이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