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로 본 민심광역은 1번, 기초는 2번?민주 구청장 찍고도 吳선택…서울 25개區중 15곳 달해‘유시민 비토표’경기지사 무효표 4년새 4배…18만표중 상당수 ‘보이콧’ 추정흔들리는 텃밭‘한나라 아성’ 강원-영남권, 무소속 당선자 크게 늘어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물 투표 성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좋은 후보에겐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권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표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이는 정치권에 ‘텃밭’을 맹신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 인물 보고 찍는다
4년 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 기초단체장 66곳 중 61곳을 석권했다.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은 단 1곳을 얻는 데 그쳤고, 무소속이 3곳을 차지했다. 반면 이번에는 66곳 중 46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한나라당 15곳, 민주노동당 2곳, 무소속이 3곳을 얻었다.
서울 강동구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지만 민주당 구청장을 찍은 유권자 12만여 명 중 3만여 명이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보다 2만여 표를 더 얻었다.
서울 동대문구와 동작구 역시 각각 7000여 명의 유권자가 민주당 구청장 후보를 찍으면서도 한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오 당선자는 이들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보다 각각 1만여 표씩을 더 얻었다.
이처럼 한 후보가 민주당 구청장 후보보다 표를 적게 얻은 지역은 서울 25개 기초단체 중 15곳에 이른다. 반면 오 당선자는 22곳에서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보다 표를 더 얻었다. 두 후보 간 승패가 갈린 지점이다.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구리시 유권자 1만여 명은 민주당 구청장에게 표를 줬지만 국민참여당 유시민 도지사 후보를 찍지 않았다. 유 후보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8곳에서 민주당 시장·군수 후보보다 표를 덜 받았다. 반면 김문수 당선자는 이천과 양평을 제외한 전 시·군에서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성남에선 기초단체장 선거 무효표보다 광역단체장 선거 무효표가 1만여 표나 많았고, 역시 민주당이 이긴 평택에서도 기초단체장 선거와 광역단체장 선거 간 무효표 차가 6700여 표나 됐다. 유 후보가 성남에서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보다 1만5000여 표, 평택에서 1만1000여 표를 덜 얻은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 텃밭이 사라진다
강원과 경북 도지사 선거 결과를 봐도 많은 유권자가 정당보다 인물을 선택 기준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강원 춘천의 경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도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이광재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가 무려 4만여 명에 달했다. 홍천과 속초에서도 그런 선택을 한 유권자가 각각 1만여 명에 달했다.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의 표 차가 6만여 표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 따로, 사람 따로 표’가 당락을 갈랐다고 할 수 있다.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당선된 경남에선 창원 지역 유권자 3만4000여 명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한나라당을 찍고도 같은 당 이달곤 도지사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창원은 이 후보가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마산, 진해와 통합됐다. 그 과정에서 일부 민심이 이 후보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무소속이 한 명도 없었던 강원과 대구에서 각각 4명, 2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또 부산은 무소속 당선자가 4년 전 1명에서 3명으로, 경남·북은 각각 4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