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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 - 침투패스에 와르르… 그리스 ‘통곡의 벽’ 구멍 보았다

입력 | 2010-06-04 03:00:00

■ 파라과이에 0-2패… 한국팀, 필승 해법찾기




그리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오토 레하겔 대표팀 감독은 쏜살같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 기자들에게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일부 그리스 기자들에겐 굳은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아직 우리는 준비가 덜 됐다.”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12일)에서 한국과 맞붙을 그리스가 3일 스위스 빈터투어 슈첸바이스 슈타디온에서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맞붙어 0-2로 완패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한국대표팀 감독은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90분 내내 답답한 플레이를 보였다. 특히 그리스 축구를 상징하는 ‘통곡의 벽’은 붕괴돼 있었다.

○ 수비수 수는 많은데… 뒤로 파고드는 공격에 무방비

그리스는 예상대로 포백으로 수비진을 구성했다. 바실리스 토로시디스(올림피아코스)와 기우르카스 세이타리디스(파나시나이코스)가 좌우 측면, 아브람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와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가 선발 중앙수비수로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로스 지올리스(시에나)는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리스 중앙수비수들은 뒤로 파고드는 공격수들을 자주 놓쳤다. 전반 6분 수비 뒤로 찔러주는 침투패스 한 방에 일대일 찬스를 내줬고, 3분 뒤 결국 비슷한 장면에서 첫 골을 허용했다. 순발력이 떨어지는 수비수들은 상대의 역습에도 무기력했다.

○ 공격 가담은 적극적인데… 오버래핑 뒤 수비전환 늦어

그리스 측면수비수들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공격 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오버래핑 뒤 수비 전환이 늦어 상대에게 측면을 활짝 열어줬다. 특히 오른쪽 측면의 세이타리디스는 드리블이 좋고 크로스가 정확해 공격력이 매서웠지만 수비에서 구멍 노릇을 했다. 상대 측면 공격수에게 공간을 많이 내줘 편한 크로스를 허용했다. 전반 25분 파라과이의 두 번째 골은 그가 허용한 크로스에서 비롯됐다. 방향 전환도 느려 순간적으로 툭 치고 들어가는 공격수를 자주 놓쳤다. 그의 포지션에서 상대할 박지성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 몸싸움은 좋은데… 측면 낮고 빠른 크로스에 약해

체격이 좋은 그리스 수비수들은 전방에서 날아오는 긴 공중 볼에는 잘 대처했지만 측면에서 올라오는 낮고 빠른 크로스에는 약했다. 특히 가까운 골포스트로 파고드는 공격수들을 자주 놓쳤다. 수비수들끼리 사인이 맞지 않아 대인 마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해성 코치는 “가까운 골포스트를 보고 예리하게 크로스만 올린다면 의외로 쉬운 득점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측면 돌파가 좋고 크로스도 정확한 이청용을 그리스전 핵심 선수로 꼽았다.

빈터투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