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미에게 ‘욕심’은 곧 ‘열정’이다. 그리고 연기는 ‘본능’이다.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박해미가 웃고 있다.
■ ‘내 남자의 순이’로 첫 스크린 데뷔
시나리오 보고 동물적 느낌 와
무대는 또다른 나를 찾는 공간
연기 열정 절대로 멈출수 없죠
“이 정도면 욕심 부리지 말자.”
말은 그렇지만 여전히 욕심은 쉬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더욱이 아직 연기를 통해 할 얘기가 많은 입장에서야 욕심은 마치 삶과도 같다. 그래서 ‘욕심=열정’이라는 등식이 가능해진다.
5월27일 개봉한 영화 ‘내 남자의 순이’(감독 김호준·제작 여해엔터테인먼트)는 스크린에 나선 박해미의 첫 무대다. 1억원의 빚에 허덕이다 50억원짜리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조폭 사채업자들과 벌이는 한판 대결의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박해미는 신이, 이태성과 함께 가족을 이뤄 조폭에 맞선다.
“중년의 여인이 주구장창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라며 첫 스크린 무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그녀는 “조폭을 눌러보고 싶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이 딱 두 마디에서 그녀의 성격을 읽게 하는데, 그렇다면 스크린 데뷔로는 좀 늦었다 싶다.
“시나리오도 이성을 바라보듯 동물적 ‘필’(feel)이 와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받은 시나리오의 대부분은 에로틱한 캐릭터가 많았다. 이유? 나도 몰라. 희한하다.”
이화여대 성악과 재학 시절, 길거리 캐스팅 제안을 숱하게 받은 그녀는 성애영화가 한창 유행일 때부터 그런 제의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렇게 나섰던 무대는 박해미에게 젊음을 안겨주는 공간이다. 8살 연하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그 아들과 “함께 열심히 놀고 2시간 넘게 노래와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생성시킨다”고 말한다.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건 밥”이라며 웃는 박해미는 “내가 살아있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무대”가 곧 “또 다른 나를 찾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런 무대를 떠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현재 극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 그녀는 “창작의 고통=희열=사명감=열정=그리고 모든 것”을 열띤 어조로 말하고 또 말했다.
“죽을 때까지 동물적 본능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듯한 박해미는 “너무 할 일이 많다”며 껄껄거리며 큰소리로 웃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