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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대미 신뢰 확실히 유지”

입력 | 2010-06-05 03:00:00

친미 외교로의 방향전환 시사
재정적자 줄이려 세금 올릴듯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 출범 8개월여 만에 바통을 이어받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전 정권과 외교와 경제정책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안보정책은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 부담을 우려해 기피했던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과 재정건전화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 대미외교 복원에 초점

간 총리는 우선 미국 등 기존 우방과의 동맹 강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정권의 단명을 초래한 원인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었다. 특히 아시아 중시 외교로 방향을 급격히 전환하면서 미국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듯한 정책은 미일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이를 의식한 듯 간 총리는 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본 외교의 기축이 일미 관계라는 대원칙은 흔들림이 없다”며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확실히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중요시하겠다”고 말해 친미 외교로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취임 직후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표방하며 대등한 미일 외교를 주장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대목이다. 이에 따라 간 총리는 미국과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후텐마 기지를 최근 양국이 합의한 대로 오키나와 헤노코(邊野古) 지역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간 총리는 이날 이와 관련해 “일미 합의는 정부 대 정부, 국가 대 국가 간의 합의이다. 하토야마 내각이 합의한 것을 기본으로 삼아 오키나와 부담 경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재정건전화 위해 증세 유력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 경제정책이다. 간 총리는 아동수당 등 복지정책은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증세(增稅)를 통한 재정건전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는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으로 올해 말께 970조 엔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8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국채를 찍어 예산을 조달했지만 더는 국채 발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토야마 내각은 서민 부담과 유권자 반발을 우려해 소비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간 총리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은 세금 부담이 늘더라도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방향으로 재정을 집행하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현행 5%인 소비세를 10%로 올리면 약 10조 엔의 세수가 추가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 총리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사업으로 노인복지 보육 등 서비스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재무상 재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디플레이션이 가중돼 왔다”며 “노인복지서비스 보육서비스 등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간 총리는 ‘엔저(円低)주의자’로 알려져 있어 재임 기간에 달러당 엔화 가치가 90엔대 중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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