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무력시위 예정해놓고 출항 하루전 “준비 안됐다”
안보리 지지획득 우선?
美국방 “외교전 시간벌기”
中자극하면 유엔서 고전
北 태도변화 감지?
유감표명 기회타진 가능성
심리전 연기와 일맥상통
정부의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7일부터 서해상에서 전개하기로 했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CVN-73)의 무력시위가 출항 전날인 4일 갑자기 연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장광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4일 “다음 주초 열릴 계획이던 무력시위 성격의 연합훈련이 미국 측의 준비 사정을 감안해 2, 3주 연기돼 6월 중순 이후 실시된다”며 “(한미 연합) 대잠수함훈련은 이달 말 또는 7월 초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지워싱턴 참여 여부에 대해 “(훈련 참여) 전력은 그때그때 바뀐다. 미국은 가용한 전력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좀 더 두고 보자”고 말해 조지워싱턴이 참여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당초 미 해군 7함대 소속인 조지워싱턴은 5일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항을 출항해 7일 서해에 도착한 뒤 10일까지 한국 해군과 함께 해상기동훈련 및 사격훈련을 벌일 예정이었다.
▶본보 2일자 A1면 참조
[관련 기사] 美 핵항모 7일께 서해 도착
군 당국은 이미 조지워싱턴의 7∼10일 훈련 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주한미군 측도 기자들로부터 취재 신청까지 받았다. 특히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조지워싱턴의 무력시위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랬던 한미 양국이 조지워싱턴이 출항하기 바로 전날 무력시위 일정을 전격 연기한 것이다. 군 당국이 내세운 ‘미국 측의 준비 사정’이라는 이유는 그동안의 과정을 고려하면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극한 대치로 치닫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뭔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대표적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런 차원에서 조지워싱턴의 서해 무력시위 연기는 한미 양국이 유화 국면에 대비한 일종의 속도 조절로 풀이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지난달 24일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에 따라 즉각 실시하기로 한 대북 전단(삐라) 살포와 휴전선 일대의 확성기 설치를 당분간 연기한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이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시기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조지워싱턴의 서해 무력시위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총력을 쏟은 뒤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무력시위 카드를 꺼내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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