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북제재 호소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사실을 밝히고 대북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싱가포르=안철민 기자
■ 안보리 논의절차 시나리오와 영향
비난결의면 제재 충분하나
中미온적 태도에 장담못해
‘무리없는 대안’ 떠올라
○ 안보리 논의 절차 및 전망
멕시코의 클라우드 헬러 대사는 조만간 주요 이사국들과 천안함 문제에 대한 안보리 의사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안보리 서한에 첨부된 천안함 조사 결과가 유엔 공용어로 번역돼 15개 이사국에 배포되고 의사일정 협의가 마무리되면 상임이사국(P5)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와 일본 등 일부 비상임이사국이 이번 사안에 대한 비공식 협의에 나선다.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한국은 미국을 통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북한에 대한 비난을 담은 문안을 만들 계획이다. 정부가 민군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을 뉴욕으로 보내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외교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일단 비상임이사국 대부분은 한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국가가 지지 성명을 내거나 간접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북한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일부 국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태도가 분명치 않았던 레바논이 최근 (지지를) 걱정하지 말라고 밝혀왔다”며 “우간다가 북한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길버트 발리바세카 부센냐 부통령이 2008년 한국에서 연수를 했던 친한파 인사”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보다는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을 규탄하는 방식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이냐, 의장성명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한국 정부의 요청에 달려 있지만 이는 안보리 협의 과정에서 이사국들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북한에 미칠 영향은?
유엔 안보리는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결의, 의장성명, 의장언론발표의 세 가지 형태로 국제평화 및 안전침해 행위에 대응한다. 일단 회부되면 전체 안보리 논의 프로세스는 이달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가들의 비공식 협의가 마무리돼 의장국이 초안(블루텍스트)을 전체 이사국에 돌리면 보통 24시간 안에 공식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안보리 결의안은 제재나 평화유지활동(PKO), 대테러 비확산 등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채택된다. 다만 결의안 채택 과정에는 거부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P5를 포함한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다면 기존 결의 1718호, 1874호에 추가로 유엔 회원국의 직접적인 대북 제재가 취해진다.
안보리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식 결의안 채택의 대안으로 활용하는 의장성명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별도의 대북 압박보다는 대북 비난 수준의 상징성에 머문다. 가장 수위가 낮은 의장언론발표도 안보리 의장이 회의내용에 대해 언론에 구두로 설명하는 것이다.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를 할 수 있지만 의장성명 등은 별다른 물리적 조치를 수반하지 않는다. 다만 안보리 회부는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 만큼 한국 단독으로는 물론이고 한국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공동전선을 펴 실질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