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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간 나오토 총리] ‘최대 주주’ 오자와 그림자 걷어내고 쇄신 시동

입력 | 2010-06-05 03:00:00


■ 간 나오토 정권 과제는

오자와 색깔 빼기
“당분간 자숙해야” 직격탄
당정 요직에 비주류 기용

참의원 선거 일단 청신호
“非세습정치인” 국민 기대
여론조사서 자민 앞질러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신임 총리의 최대 과제는 두 가지다. 정권의 대주주로 최고 권력을 행사해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과 7월 참의원 선거 승리가 그것이다.

○밤새 뒤바뀐 주류와 비주류

간 총리는 취임 직후 당정 핵심인사 내정을 통해 ‘비(非)오자와’ 색깔을 분명히 했다. 정권 2인자로 불리는 당 간사장으로 유력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내각을 총괄하는 관방장관에 내정된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는 대표적인 반(反)오자와 인물이다. 이들은 당과 내각에서 오자와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차단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주초 단행될 당정 인사에서도 오자와 측근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하룻밤 전쟁으로 정권의 주류와 비주류가 뒤바뀐 것이다. 오자와는 당과 내각 곳곳에 심어둔 측근들을 통해 총리를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해왔으나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간 정권으로서도 ‘변했다’는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오자와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그가 대표 출마회견에서 “국민의 불신을 받는 오자와는 당분간 조용히 있는 게 좋다”며 승부수를 던진 것은 이 때문이다.

오자와 그룹이 사실상 등을 돌렸음에도 간 나오토가 무난히 당선한 것도 ‘오자와 탈색’의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선거에서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중의원 환경위원장이 얻은 129표의 상당수는 오자와 그룹 표로 보인다. 총리 선출 과정에서 오자와에게 빚을 진 게 없는 간으로선 오자와 배제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완전한 ‘오자와 배제’가 가능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1980년대 말부터 정국을 쥐락펴락하며 ‘정치 9단’으로 불려온 오자와는 금권 파벌정치, 막후정치 등의 이미지로 언론과 지식인의 비판을 받아왔다. 간 총리 등장으로 여론의 외면에다 당내입지 축소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정치자금과 선거전략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고 당 소속의원 3분의 1이 넘는 150명을 거느리고 있어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올해 9월엔 대표 경선을 또 치러야 한다. 정치의 세계에선 ‘숫자가 곧 힘’이다. 간 총리가 대표 당선 직후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고 전원야구를 할 때”라고 말한 것도 오자와를 적으로 돌리지는 않겠다는 신호다.

○참의원 선거 청신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이 무너진 게 참의원 선거 승리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인 만큼 간 총리로선 선거승리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7월 11일로 예정됐던 선거는 전열정비를 위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출발은 좋다. 아사히신문이 2, 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참의원 비례대표 투표 정당으로 민주당을 꼽은 응답은 28%로 자민당(20%)을 앞섰다. 불과 나흘 전엔 양당이 나란히 20%였다.

간 총리가 세습 정치인이 아니란 점에서 국민의 참신한 기대를 모으고 있고, 중의원 10선에다 후생상 국가전략상 재무상 등을 역임한 경력으로 안정감도 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도 대표가 이런저런 문제로 중도사퇴하고 치른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번에도 ‘쇄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민당엔 비상이 걸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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