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 유라시아 탐험대 '투 로드(Two Roads)'팀
● '동아닷컴'을 통해 이들의 여정 두 달간 연재
만일 여윳돈 3000만원이 생긴다면 대한민국 30~40대 남성들은 무엇을 할까? 대박을 꿈꾸며 주식투자를 할 수도 혹은 새로 나온 자동차를 사러 매장을 들락거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윳돈 3000만원을 색다른 곳에 쓰려는 남자들이 있다.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에 나선 이들이다. 어느 모터사이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민구(42·의대교수), 김은석(38·PD)세), 심재신(35·중소기업 대표), 최태원(28·회사원) 씨.
▶ 2010년 6월7일, 모터사이클로 2만4000여km 유라시아 횡단
아시아대륙 끝에서 유럽대륙 끝이란 지구상에서 가장 긴 육지 횡단코스로 약 2만4000km, 서울과 부산을 약 30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수천 년 동안 모험가들의 상상력과 도전 정신을 자극해온 코스이기도 하다.
투 로드 이전에도 모터사이클이나 자전거로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시도한 한국인들이 있다. 그러나 대장정에 성공한 이들은 10명 이하라는 게 여행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장대한 여정을 위해 멤버들은 약 1년간 여행 준비를 해왔다. 세부적인 여행 코스를 잡기 위해 구글 위성지도를 샅샅이 뒤져 최적의 여행 코스를 개발했다. 장거리 여정을 위한 바이크 수리 및 오지 생존법도 다시 배웠다.
약 70일이 소요될 이번 장거리 여정의 예산은 1인당 약 3000만원.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800cc급 바이크 가격이 전체 예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이보다는 2달이 넘는 시간을 빼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 대한민국 평범한 남성들의 로망 '도전, 모험, 그리고 일탈'
"현실과 타협하고 꿈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나약한 모습보다는, 나 자신을 모험 속에 내던지고 도전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내안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나를 찾고 싶다."
네 남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으로서 책임져야할 가족과 일과 다른 모든 것을 잠시 뒤로 한 채 숨겨놨던 꿈과 열정을 펼쳐 보이겠다고 주먹을 쥐었다.
70일 뒤 이들이 지구 한바퀴를 돌아 웃는 모습으로 도착할지, 아니면 중도에 포기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바이크 동호인들은 물론이고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시선까지 잡아끄는 것이다.
■ [인터뷰] '투 로드' 이민구 팀장
- 왜 하필 유라시아 횡단인가?
"이는 전 세계 모든 라이더들의 꿈이다. 유라시아 대륙은 우리 인간이 횡단할 수 있는 가장 긴 육지이다. 때문에 궁극적인 목표에 실제로 도전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 투 로드란 팀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 현실 공간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누구라도 자신이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에 대한 꿈을 갖고 살지 않는가? 그 길을 찾기 위해 잠시 새로운 길을 달려보겠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30대 이상 아저씨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어떻게 4명이 모이게 됐는가?
"네이버의 'F650'이란 바이크 모임에서 만났다. 모든 라이더들은 유라시아 횡단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이 목표가 제기되자 20여명 가까이 신청했고 1년간 준비과정을 통해서 결국 우리 4명만 남게 됐다. 현실적으로 3000만원을 들여 석 달 가까이 여행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유급 휴가를 얻거나, 회사 오너이거나, 이직의 과정에서 시간 여유가 되는 멤버들이 의기투합 할 수 있었다."
- 여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우선 속초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자르비노로 건너간다. 이곳에서 약 70여 일 동안 하루에 약 400km를 전진한다. 여정의 2/3 이상이 러시아와 몽골 등 사막과 산맥으로 가득한 오프로드로 이뤄져 있다. 이곳이 가장 위험하면서도 도전적인 코스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두 명 이상이 낙오하지 않는 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횡단 자체만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을 홍보하며 여행을 즐길 계획도 있다. 이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핀란드로 들어가 다시 유럽 대륙을 횡단한다. 유럽은 라이더를 위한 환경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유럽대륙의 끝인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여정이 끝난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바이크는 배를 타고 돌아올 것이다."
- 여정이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유럽이나 일본 등 바이크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는 바이크 여행 관련 다큐물이 적지 않다. 우리 멤버 중 김은석 PD가 독립 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의 여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편집해 이후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계획이다.
- 여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30대 이후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감당해야 할 책무가 존재한다. 매일 반복되는 현실의 삶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잊게 만들 정도로 이는 매우 강고한 압박이다. 일탈 속에 진정한 나 자신을 찾고 싶은 욕구가 없는 사람도 있을까? 그러나 무한정 떠날 수는 없기에 현실 속에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극한의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 동아닷컴은 순수 아마추어 '투 로드(Two Roads)'팀의 유라시아 여행기를 사진과 수기형태로 주 2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