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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시나리오에 더블딥은 없다”

입력 | 2010-06-07 03:00:00

[특별 대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사공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IMF의 경제위험 경보 기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IMF는 경제 감시 및 조기경보 시스템 개선안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 정상회의 때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양자관계 중시했던 IMF
이제 더 넓은 지역 공조 추구
11월 G20서 개도국지원 제안
미래 위해 꼭 필요한 의제”

“개방경제 추구하는 中小國
급격한 자본이동때 큰 피해
통화스와프 등 안전망 구축
글로벌 차원서 협력해야”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진 후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긴장이 있었다. (국제 공조가 중요해진) 지금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5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과의 대담에서 과거 IMF의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변신을 시도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두 사람은 남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은 G20의 국제 공조로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으며 G20 회의가 폐막한 직후 동아일보의 주선으로 사공 위원장과 대담을 가졌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국가부도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등 다른 남유럽 국가들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스트로스칸 총재=최근 경제위기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정말로 글로벌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한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를 국내 처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바뀐 국제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언급한 나라들의 국가부도 위험은 존재한다. 그동안 IMF는 대부분 양자 간 관계를 맺어왔는데 변화된 환경에서는 좀 더 넓은 지역 차원의 관계와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공 위원장=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G20 리더들은 현명한 결정을 했다. 새로운 금융체제나 국제기구를 만들지 않고 IMF와 세계은행(WB) 같은 기존의 기구들을 여건에 맞게 개혁하며 국제공조에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IMF와 WB의 개혁을 가속화해 모든 나라로부터 신뢰받고,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제기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스트로스칸 총재=우리의 시나리오에 더블딥은 없다. 우리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지역마다 회복 속도가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아시아와 남미는 지금 강한 회복세를 보인 반면 유럽은 아직 회복세가 약하다. 더블딥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아주 희박하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감안해도 그렇다.

▽사공 위원장=가능성은 있어도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다. 오늘 부산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된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개 나라의 재무장관들과 주요 국제기구의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대응한 점을 고려할 때 더블딥은 발생하기 힘들다.

▽스트로스칸 총재=이번 위기에서 얻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국제공조다. 물론 공조가 완벽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조 정신’만은 완벽하다.

―금융위기 이후 국가 간 급격한 자본 이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사공 위원장=개방형 경제를 추구하는 중소 규모의 나라는 급격한 자본 이동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크다. 글로벌 차원의 금융안전망이 미비하면 이 나라들은 외환보유액의 비축 등 자기 보험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차원의 금융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국가간 통화스와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코뮈니케에 한국이 제안한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내용이 담겼고 앞으로도 관련 정책대안들을 모색하기로 한 점은 의미가 크다.

▽스트로스칸 총재=이 사안과 관련한 IMF의 역할도 중요하다. IMF는 감시 기능과 조기경보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을 진행해 왔다. 4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WB-IMF 연차총회 때 새로운 조기경보 시스템에 대해 일부를 소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과거 IMF가 병이 났을 때 치료해 주는 ‘나쁜 기억’을 지닌 의사였다면 앞으로는 병이 나지 않도록 예방해 주는 의사가 될 것이다. 또 그동안은 특정 나라를 대상으로 한 감시와 조기경보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좀 더 넓은 지역에 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IMF는 새롭게 개선된 감시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IMF가 7월 한국 정부와 함께 대전에서 ‘아시아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한 취지는 무엇인가.

▽스트로스칸 총재=지금이 아시아 국가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진 뒤 IMF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원하는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과거를 돌아보며 잘한 점, 잘못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한국은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때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 지원을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제안하려고 한다. 세계 경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사공 위원장=비(非)G7 국가로는 처음으로 G20 의장국이 된 한국은 서울 정상회의 때 개도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를 의제로 삼으려고 한다. G20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세계 경제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인데 이 목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균형 잡힌 발전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스트로스칸 총재=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의제다. 특히 G20의 성과를 더욱 크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G20이 너무 전문적인 논의만 하는 모임이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 인도주의적인 시각이 담긴 이슈들도 논의해야 한다.

진행=박현진 경제부 차장
정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61)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프랑스 파리고등상과대 대학원 박사
△경력: 프랑스 재무장관, 산업장관, 사르셀 시 시장, 낭시대 경제학 교수

사공일 (70)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겸 무역협회 회장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경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재무부 장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뉴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