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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추억의 힘!… ‘실버영화관’ 10만 관객

입력 | 2010-06-07 03:00:00

16개월만에!… 인기 급상승
하루 평균 200∼300명 입장
연말이면 20만명 기대
옛극장 모습 그대로 재현
‘추억 파는 영화관’ 입소문




실버영화관이 어르신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1월 개관 1주년을 맞아 ‘시집가는 날’ 무료 상영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실버영화관

1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 ‘서울 실버영화관’. 입구가 여느 극장과 다르다. 표 사는 곳부터 남다르다. 전면이 개방된 요즘 극장과 달리 이곳은 표를 받는 성인 손바닥 크기의 구멍만 있는 옛날 모습이다. 창에는 어르신들이 쉽게 알아보도록 큼지막한 크기로 시간표가 적혀 있다. 하루 3회, 영화 관람료는 57세 이상 2000원이다. 메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오드리 헵번, 제임스 딘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스타 모습이 담긴 극장 앞 포스터에는 ‘실버영화관’이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로비에는 중절모자와 흰색 구두로 한껏 멋을 낸 70대의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가슴에 꽃 코르사주를 단 할머니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연방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후 영화 ‘맘마미아’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어르신들은 극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도 할머니들이다. 60대가 80대를 모셨다. 극장 입구로 이어진 10여 개의 계단 오른쪽에는 행여 오르내리기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손잡이도 설치돼 있다. 단층에 양쪽으로 나뉜 300석 규모의 극장은 금세 수많은 어르신으로 북적였다.

○ 노인의 힘, 누적 관람객 10만 명

서울 실버영화관이 4일 누적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2009년 1월 개관 후 16개월여 만이다. 지난해에는 6만2861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 3만6426명이 다녀가 지난해보다 관람객 증가세가 가파르다. 하루 평균 200∼300명이 찾는 추세여서 올해 안에 20만 명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주변 종묘와 탑골공원 등에 많이 모이는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실버영화관은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옛날 극장 모습 그대로 재현하고 어르신을 위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경기, 인천 등지에서도 찾아오는 발길이 늘고 있다. 심지어 매일 영화관을 찾아오는 어르신도 있다. 어르신들이 문화를 즐길 만한 공간이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올해는 서울시 3억 원, SK케미칼 1억2000만 원, 유한킴벌리 5000만 원 등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 퇴직교장모임 삼락회(三樂會) 회장인 이상구 씨(71)는 “틈 날 때마다 회원들과 영화관을 찾아 옛 추억을 되새긴다”며 “실버영화관은 노인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이자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실버영화관은 추억을 파는 영화관

실버영화관은 10만 명 돌파 기념으로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옛 레코드(LP)판을 틀어주는 DJ박스 ‘추억 더하기’를 선보인 것. 2000여 장의 LP판을 확보한 터라 웬만한 신청곡은 소화할 수 있다. 옆에는 옛날 간식거리인 국화빵이나 호떡을 구워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계획이다.

김은주 실버영화관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이해심”이라며 “더 많은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의견에 늘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익을 내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겠지만 실버영화관은 어르신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문화 복지 공간으로 거듭나 사회 공헌의 모델로 인정받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관람객 10만 명 돌파 기념으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4일 오후 1시부터 실버영화관에서 원로가수 한명숙 안정애 금사향 씨 등이 무대에 나와 젊은 시절의 팬들을 만나며 열띤 무대를 이어갔다. 또 10만 번째 관람객에게 무료관람권(20회), 전통차 세트 등을 선물했다. 신면호 서울시 복지국장은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그들에게 초점을 맞춘 영화관을 만든 것”이라며 “앞으로 노인들의 세밀한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한 시설을 계속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