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부 선취골… 북한과 평가전서 3 대 1 승수비 조직력 허점 노출… 정대세 1골 만회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템비사의 마쿨롱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진출국 북한과 나이지리아의 평가전에서 북한의 문인국(11번)이 상대 수비를 뚫고 넘어지면서 슛을 날리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템비사는 요하네스버그의 대표적인 흑인 빈민 밀집지역 중 하나. 이곳에서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가 평가전을 갖는다는 소식에 그 지역의 거의 모든 팬들이 경기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약 500m의 경기장 진입로는 겹겹이 줄 서서 아프리카 나팔인 ‘부부젤라’를 불며 입장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입구에서 표를 가진 사람들만 입장시키자 팬들이 밀어붙였고 결국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린아이들이 깔려 다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 스탠드와 주변엔 3만∼4만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전반 16분 나이지리아의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는 강점과 허점을 동시에 노출했다. 올 2월 샤이부 아모두 감독 대신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이 부임했지만 뇌물 수수 스캔들이 있었고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개인기는 좋지만 조직력, 특히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전반 짧은 패스로 계속 공을 연결하며 차분하게 북한을 압박하다 순간적인 드리블로 수비를 무력화하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 16분 북한의 밀집 수비를 뚫고 터뜨린 아이예그베니의 골이 그랬다. 아이예그베니는 빅터 오빈나와 순간적인 2 대 1 패스로 수비수들을 제친 뒤 오른발 슛으로 북한의 골문을 열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동료끼리 수비 중 충돌하는 등 조직력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북한 정대세(가와사키)는 그런 수비 허점을 파고들어 몇 차례 위협적인 슛을 때렸다.
나이지리아가 후반 들어 빅터 오빈나의 페널티킥으로 2-0으로 앞서 가자 북한의 ‘인민루니’ 정대세는 후반 18분 만회골을 넣어 만만치 않은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최종 경기 결과는 3 대 1.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아직도 준비중? ▼
일부 경기장 조경공사 한창
교통정체도 풀어야 할 숙제
‘KE NAKO(케나코·이제 때가 됐다는 줄루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문인 요하네스버그와 인근 프리토리아 시내를 돌아다니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이번 월드컵의 슬로건으로 남아공 국민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비행기에서 내려 요하네스버그 OR 탐보국제공항에 첫발을 디디면 각종 월드컵 홍보물과 문구로 월드컵 분위기를 흠씬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아공이 월드컵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도로 곳곳에는 차로를 막고 포장공사와 조경공사가 이루어져 교통정체가 심각했다. 경기장도 문제다. 프리토리아 로프터스 퍼스펠트 스타디움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 등은 경기장은 완공됐지만 주변 조경이나 기타 시설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기장과 주차장은 3∼15km나 떨어져 있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최근 사커시티 스타디움 시뮬레이션 결과 8만8000여 명이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할 경우 7시간이 지나서야 모두 입장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 상점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프리토리아의 한 주민은 “월드컵이 열린다고 해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당초 목표의 10분의 1만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치안상태가 좋아졌다고 남아공 정부에선 얘기하지만 경기장 주변 외에 치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현지 주민들조차 의아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