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담아주기보다 스스로 담도록 그릇을 키워줘야죠”
학생 가능성 극대화
美서 칭찬한 수학교재
‘누미노’ 등 잇단 결실
“우리나라에선 교육, 특히 학원업계에 대한 평가가 가혹한 편입니다. ‘아이들의 목을 조여 점수 1∼2점 올리면서 과한 교육비를 받는다’는 공격을 당했지요. 지금 교육업계는 학생의 점수보단 가능성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임교육 본사에서 이길호 대표이사(사진)를 만났다. 이 대표는 “타임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의 그릇에 뭔가를 담아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은 이 대표의 젊은 시절과 연관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서울 강동 청산학원(현 강동 하이스트)의 수학강사로 나섰다. 이 대표는 “문과생이었지만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좋아했다. 가르치기에 만만한 것이 수학밖에 없었다”고 했다. 중학생 몇 명을 뽑아 일요일에 학원에 나오게 해 수학올림피아드대회 준비를 시켰다. 하루는 학원장이 그를 불렀다. “학생들을 따로 공부시키고 있느냐”는 원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더니 원장은 “다른 학부모들에게 우리 아이 가르쳐달라고 전화가 왔다. 올림피아드 정규반을 만들라”고 했다. 그해 이 대표가 가르친 7명 중 5명이 전국 올림피아드에 출전할 서울대표로 선발됐다.
이 대표는 “사실, 학생들이 나보다 문제를 더 잘 풀었다”면서 “나는 집단을 잘 나눠 다소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겐 ‘너희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잘하고 있다’고 하고, 잘하는 아이들끼리는 경쟁을 붙여 더 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상, 중, 하위권으로 나누고 ‘경쟁을 즐기는 학생’ ‘지지가 필요한 학생’으로 구분했더니 학생들은 스스로 발전했다. “수학을 ‘정치적’으로 가르쳤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웃으며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는데 그러고 보니 ‘조직화’를 잘했던 것 같다”고 했다.
타임교육 대표가 된 뒤 그는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발전하게 하는 조직화 능력을 경영에 적용했다. 초기 타임교육은 단일 기업으로 시작하지 않은 데다 학원사업(하이스트, 뉴스터디, elc 어학원, 엘란어학원, MQD 학원), 출판사업(링구아포럼, 매스티안, 타임북스), 온라인사업(잉글리쉬크루저), 해외사업본부까지 10개 브랜드가 한데 뭉친 까닭에 제대로 통합되기 어려웠다. 브랜드별로 강조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달랐고 학원은 학원대로 나름의 시스템을 고집했다. 이 대표는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요즘 ‘타임교육’이란 이름(TIME·Totally Integrated Multimedia Education)에 걸맞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일부 학원에 도입된 쌍방향 멀티미디어 학습시스템 ‘심포니’가 대표적 사례. 심포니는 학생들이 전자펜으로 문제를 풀면 펜에 달린 카메라와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수신기를 통해 학생의 풀이과정이 강사의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첨단 학습시스템이다.
인터뷰 중 심포니 방식으로 수업 중인 서울 동작 하이스트학원의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초등생 10여 명이 전자펜으로 종이에 수학문제를 풀었다. 강사가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학생의 이름을 클릭하자 그 학생이 쓰고 있는 풀이과정이 실시간으로 강사의 컴퓨터 화면에 떴다. 강사가 강의실 내 대형 모니터에 이 학생의 풀이과정을 띄우자 모든 학생이 볼 수 있었다. 강사는 학생이 수업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고 풀이과정상 오류나 실수를 즉시 잡았다. 이 대표는 “다양한 음을 내는 단원이 지휘자와 소통을 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가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처럼 심포니 학습법은 학생과 강사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가운데 성과를 만드는 새로운 수업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학습플랜연구소, 대입전략연구소를 비롯해 각 브랜드에서 개발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타임교육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타임교육의 창의사고력 출판브랜드 매스티안은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NCTM(미국수학교사협의회)’에 수학교재 ‘누미노’를 선보여 호평을 얻었다. NCTM은 미국 수학교육과정 평가 및 교수법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영향력 있는 집단이다. 최근엔 중국의 온라인교육 전문 업체 ‘안버교육’과 제휴해 타임교육의 출판브랜드인 링구아포럼의 iBT토플 모의고사 콘텐츠를 300만 달러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강사를 뽑을 때 반드시 하는 질문이 있다. “당신이 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학생에게 설명을 했다. 그런데도 학생이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겠는가”다. 정답은 없다. 이 대표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대해 끝까지 고민해 자신의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교육’을 기치로 내건 타임교육의 내일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