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 중인 한국축구대표팀의 '골키퍼 3인방' 이운재(37·수원), 김영광(27·울산), 정성룡(25·성남)은 어떨까. 이들은 이런 징크스가 없다. 아침마다 제공되는 계란 요리를 마다하지 않고 잘 먹는다.
23명의 태극전사들 중 경기 당일 아침에 가장 바쁜 선수는 '터미네이터'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다. 스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그는 걸리적거리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머리에 크림을 바른 뒤 면도칼로 깨끗하게 다시 한번 반들반들하게 정리한다.
차두리 못지않은 '깔끔파'는 안정환(34·다롄). 화장품 모델로도 나온 바 있는 '꽃미남' 안정환은 경기 당일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스킨로션 등 화장품을 바른 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결전 의지를 다진다.
'초롱이' 이영표(33·알 힐랄)는 십일조를 꼬박꼬박 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이런 그도 기도 외에 버릇이라 할 만한 징크스가 있다. 이영표는 경기가 있는 날에는 축구화 끈을 절대로 두 번 이상 손보지 않는다. 또 경기장에 들어서면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경기장 구석구석을 차분하게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경기 당일 아침 기분을 중시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후배 룸메이트인 김보경(21·오이타 트리니타)을 향해 미소 띤 얼굴로 "잘 잤냐"고 반갑게 먼저 인사를 하곤 한다.
김보경은 경기 당일 조깅을 하는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팀 주장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그는 선배가 잠에서 깰까 조심하며 일찌감치 침대에서 일어나 조깅을 한 뒤 방으로 돌아온다.
'젊은 피'의 선두주자인 이승렬(21·FC 서울). 그는 축구화에 이름의 가운데 자인 '승(昇)'자를 새겨 넣었다. 이긴다는 의미의 한자어 '승(勝)'은 아니지만 발음상 승리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이승렬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 '승'이라는 글자를 써보는 징크스 성 버릇이 있다.
4일 앞으로 다가온 남아공 월드컵. 태극전사들은 나름대로의 승리 비법을 간직한 채 마무리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