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 SBS가 6월에는 ‘월드컵 채널’로 바뀐다. 한 달여 동안 64경기를 중계하는 동시에 드라마와 예능을 결방하고 다수의 월드컵 특집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SBS는 개회 이후 하루 3경기(오전 3시 반, 오후 8시 반, 오후 11시)를 생중계한다. 하루 2차례 하이라이트, 전날 한 경기 재방송까지 합하면 축구 경기만 하루 최소 9시간 50분이다. SBS가 월드컵과 관련해 마련한 특집은 예능 7개, 교양 14개이다. 기존 예능이나 교양 프로를 방영하더라도 대부분 월드컵 내용으로 꾸미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은 16강에 오를 것인가’가, 지방선거 직후 방영한 5일 시사토론은 ‘남아공 월드컵 16강 꿈 이루나’가 주제였다. 그 대신 기존 드라마나 예능은 결방된다. 노영환 SBS 홍보팀장은 “21일까지 평일과 주말 저녁 시간대 드라마는 결방이 결정됐고, 예능은 6월 한 달 동안 방송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와 예능을 즐겨 봤던 시청자는 불만이 생길 법하지만 단독 중계를 하는 SBS가 월드컵 방송을 소홀히 하는 것 또한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SBS가 일부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의 광고를 경기 중계와 함께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SBS와 협의해 작성한 ‘SBS 남아공 월드컵 방송광고 패키지 판매 안내’의 한국전 생중계 실속형 패키지 가운데 그리스편(총 3억8000만 원)은 총 15개 광고로 구성된다. 한국-그리스전 15초 광고(9207만 원), 개회식, 딜레이 중계, 경기 재방송과 하이라이트 6개는 경기 관련 프로다. 하지만 나머지 5개 프로(특별공연 2개와 응원전, 예능프로 ‘태극기 휘날리며’, 특집 결승전 전망)는 경기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이들 5개 프로의 광고금액은 모두 5454만 원에 이른다. SBS가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월드컵 중계 경기의 광고를 팔며 특집 프로를 끼워 넣은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