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와 일 사이에 낀 우리들의 자화상연기 ★★★★ 연출 ★★★
[Q] 2만∼2만5000원. 7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차이무극장. 02-747-1010
이 시대 가족의 애환을 그린 연극 ‘양덕원 이야기’. 홀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어머니(박명신)가 시골 상갓집 전등을 밝힌 채 뒤늦게 서울서 출발한 자녀들을 기다리며 한숨 짓고있다. 사진 제공 극단 차이무
극단 차이무가 전용극장을 연 뒤 두 번째 작품으로 올린 연극 ‘양덕원 이야기’(민복기 작·박원상 연출)는 효 중심의 전통윤리와 일 중심의 현대윤리 사이에 낀 이 시대 가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포착한다. 자식들 뒷바라지로 많은 것을 희생한 부모에 대한 죄책감, 일터를 지키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현실의 냉엄함, 자신을 닮았기에 자기 몫의 죄책감까지 투사할 수밖에 없는 형제자매에 대한 애증….
아버지의 죽음이 조금이라도 늦춰지기를 간구하다가 내심 하루빨리 장례 치르기를 바라는 자녀들의 희비극적 상황은 이런 복합심리의 교차점이다. 서울과 강원도 휴양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양덕원이란 낯선 공간을 무대화한 효과도 여기서 발휘된다. 배우들은 마당의 평상에 앉아 담배를 물고, 라면을 먹고, 소주를 마시며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들’을 연기한다.
아쉬운 점은 이런 미학적 거리를 끝까지 유지 못 한 점이다. 아버지가 숨을 거둘 때 자식들 중 그 누구도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이 끝났다면 여운이 더 길었을 텐데, 남매의 화해 장면을 위해 아버지 49재까지 집어넣은 게 사족으로 느껴졌다.
이성민 최덕문 오용 박명신 등 영상매체로 익숙한 배우들과 김학선 조승연 신혜경 송재룡 이중옥 씨 등 대학로 연기파 배우들이 번갈아 출연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