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 아이들에게 '희망의 별'이 돼 준 것은 한국에서 온 임흥세 감독(54)이었다. 임 감독은 '야생마' 김주성 선수(현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키워낸 스승이다. 한국에서 잘나가는 지도자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지만 2006년 1월 임 감독은 홀연히 남아공으로 떠났다. 선수 시절부터 '50대가 되면 어려운 아이들에게 축구로 희망을 전하겠다'고 결심해 온 그다. 4년 동안 임 감독을 거쳐 간 제자만 5000여명이다. 빈민촌 아이들뿐만 아니라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부터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까지 절망 속에 살고 있던 많은 아이들이 임 감독과 함께 땀을 흘렸다. 마약과 술에 찌들었던 아이들은 축구를 하며 나쁜 습관을 버렸다. 올해 1월에는 부모가 에이즈 환자이거나 자신이 에이즈 보균자인 아이들만을 모은 축구단도 만들었다. 10분만 뛰어도 주저앉던 아이들이 이제는 한 시간 훈련도 너끈하다.
"체력도 좋아졌지만 아이들이 축구를 하면서 웃음과 희망을 되찾은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감기나 독감에 걸려 합병증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마약을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9일 이퀴지레템바에 있는 임 감독의 축구교실에 천연잔디 축구장이 개장한다. 홍명보장학재단과 하나은행이 1억4000만 원의 기금을 들여 마련한 축구장이다. 임 감독은 스승을 잊지 않은 제자의 선물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열린다지만 소수를 제외하고 이곳 빈민촌 사람들은 TV조차 없어 구경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빈민촌에 세워진 이 축구장이야말로 월드컵의 정신이자 상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