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에서도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으로 대거 당선된 사실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전교조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증폭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그러한 엄청난 힘을 가진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정체가 누구인가를 알 국민의 권리는 계속 부정되어도 괜찮은가.
이는 전교조의 입장을 지지하는가 않는가를 떠나서 사회공익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모든 비정부 비영리 조직의 관리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투서를 해도 실명이 아니면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민의 권익이 음성적 반사회적 행위로 침해받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관행이다. 그런데 어린 학생 개개인의 장래는 물론 나라의 백년대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의 인적 구성이 어떠한가에 대한 알 권리를 우리 국민은 사생활 보호라는 미명 아래 부정당하고 있다.
선거도 흔드는 조직원은 베일 속
전교조 명단공개 금지 판결에서 법원이 내세운 근거는 ‘교육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이고 공개 내용이 ‘학생 및 교원의 개인정보를 포함해서는 아니된다’는 3조 2항이다. 이 특례법의 전체적 취지는 교육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반드시 공개해야 할 사항을 명시한 데 있다.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삽입해 놓은 내용이 3조 2항이다. 그런데 판사는 마치 법의 주안점이 교육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니라 사생활 보호에 있는 듯 곡해하며 특히 노조 가입 여부는 일반 정보보다도, 교육에 관해 국민의 알 권리보다도 높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상위가치라고 유권해석을 했다.
권위주의 정부시절에는 노조 가입 사실의 노출 자체가 차별과 탄압의 실마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노조의 영향력이 집행부나 정부의 힘을 능가할 정도로 강해진 오늘날 그런 부작용을 두려워할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교원노조 가입 여부를 비밀에 부쳐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거기에는 말 못할 무슨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않다.
교육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은 교사이고 교사도 다른 직능인이나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소속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내 소신이었다. 교육 당국의 관료주의적 타성과 무책임에 오래전부터 실망을 했기 때문에 나는 전교조 출범을 지지했었다.
그 후 20년 사이 전교조가 수행해온 역할을 보면 보통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대했던 참교육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편향된 정치교육이라는 것이 내가 내린 불행한 결론이다. 예를 들어 통일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주입되는 조직적 반미교육은 우리 현대사를 부정 일변도로 해석하는 북한의 입장과 너무도 가깝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무엇이 두렵고 뭘 감추고 싶은가
이인호 KAIST 김보정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