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츠와나의 칼라하리 사막에 삼각주 형태로 발달한 거대한 습원 오카방고 델타에서는 나무 속을 파내 만든 전통카누 모코로가 섬과 육지를 잇는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부시캠핑을 위해 무인도를 찾아가는 여행자들이 모코로에 앉아 수련으로 뒤덮인 물길여행을 즐기고 있다.
20일간 5500km를 주파하는 노매드 어드벤처투어의 오버랜드 트러킹. 비록 트럭으로 이동하고 텐트 안 슬리핑백에서 자지만 안전만큼은 문제없다. 텐트와 조리기구 외에는 어떤 문명의 이기도 없는 오카방고 델타 무인도의 2박 3일간 부시캠핑까지도.
빈트후크(나미비아 수도)를 떠나 간지와 마운을 경유해 찾은 오카방고 델타(부시캠핑)까지 나흘간의 일정을 소개한다.

그날 저녁 처음으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시내 레스토랑을 찾았다.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 디너는 트러커의 문명 복귀를 축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 물과 맥주, 과일 등을 산 뒤 세 번째 방문국 보츠와나를 향해 출발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인은 보츠와나에 들어가려면 사전에 입국사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국경 통과는 수월했다.
○ 칼라하리 사막을 찾아서
국경을 통과하자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칼라하리 하이웨이’. 그렇다. 칼라하리 사막에 들어선 것이었다. 칼라하리 사막(4만2000km²)은 거대하다. 보츠와나 국토의 70%, 남한 면적의 4배다. 이날 하루 운행거리는 550km. 간지의 트레일 블레이저스 캠프사이트가 숙소였다.
그날 밤 마당에서는 산족 10여 명이 부시맨 전통춤 공연을 펼쳤다. 여러 여자가 일정한 장단으로 손뼉을 치면 거기 맞춰 한두 남자가 모래바닥을 발로 구르는 형식. 갈수록 빨라지는 손뼉과 발 구름에 따라 몸짓도 신들린 듯 격렬해졌다.
세상 모든 물은 강을 이뤄 흐르다 바다에 이른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오카방고 델타가 그것. 델타란 강에 실려 온 퇴적물로 형성된 삼각주. 바다와 접점인 하구에 생기게 마련인데 오카방고 델타만은 예외다. 사막에 형성된 ‘내륙 삼각주’이기 때문이다.
강은 앙골라 고원이 발원지. 칼라하리 사막을 흐르던 강줄기는 어느 지점에 이르면 작은 물길(‘채널’이라고 부름)로 갈라져 부채꼴 모양을 이룬 삼각주(델타)에 모세혈관처럼 퍼진다. 이런 극적인 지형변화. 그 원인은 사막이다.
여행 14일째. 도착한 마운은 이 거대한 습지, 오카방고 델타의 관문이다. 델타 관찰에는 경비행기 투어가 적격.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경이로웠다. 풀로 덮인 무수한 섬, 그 섬과 섬 사이를 장식하듯 흐르는 작은 물줄기(채널). 그 물에선 하마가 놀고 그 풀밭에선 기린과 얼룩말이 풀을 뜯었다. 델타 면적은 건조한 겨울(6∼8)에 극대화 되는데 이때가 야생동물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기. 오카방고 델타는 거대한 오아시스인 셈이다.
이튿날 드디어 오버랜드 트러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오카방고 델타 부시캠핑이 시작됐다. 부시캠핑은 델타의 한 섬에 들어가 이틀 밤 야영하며 워킹 사파리(걸어 다니면서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가이드투어)를 즐기는 것. 그러자면 모코로를 타야 하는데 이것 역시도 오카방고 델타 부시캠핑의 즐거움 중 하나다. 모코로는 통나무를 파내어 만든 카누 형태의 길쭉한 배로 ‘폴러’(사공)가 삿대로 움직인다.
오전 7시. 캠프사이트로 트럭 한 대가 와서는 캠핑장비와 일행을 싣고 선착장으로 떠났다. 델타는 파피루스(갈대)로 뒤덮였고 모코로는 그 사이 좁은 물길로 다녔다. 모코로의 승선 인원은 2명. 짐과 사람을 태운 뒤 폴러는 선 채로 배를 몰아 야영할 섬에 데려다 주었다. 그 물길 여행만 1시간 20분. 하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거의 수면 위치로 눕다시피 하는데 그 자세에서 내 시야로 강과 갈대밭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때문이다. 게다가 수면은 온통 활짝 핀 수련으로 뒤덮여 비경을 이룬다.
2박 3일 간의 부시캠핑에는 폴러 7명이 동행한다. 이들은 텐트 칠 바닥을 정리해 주고 모닥불을 피우며 수시로 모코로를 몰아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 주었다. 임무 중에는 화장실 설치도 있다. 나무 뒤에 구덩이를 파고 길목에 삽을 세워둔 재래식이다. 볼일을 본 뒤엔 쌓아 둔 흙을 삽으로 퍼 뿌리면 된다. 이걸 영어로는 ‘롱 드롭(Long drop)’이라고 부르는데 ‘사용 중’ 여부는 삽이 있는지를 통해 확인한다.
첫날 해질녘. 일행은 현지 안내인을 따라 워킹사파리를 나갔다. 한참을 걸어 하마가 살고 있는 연못을 찾았지만 사자와 하이에나 발자국만 발견했을 뿐 동물 관찰은 불발로 그쳤다. 그리고 다음 날 해뜰녘. 3시간 반가량 걸으며 동물을 찾았다. 이날 발견한 것은 초원에서 풀을 뜯던 얼룩말 무리. 도중에 아프리카들소(버펄로)의 해골도 보았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델타의 무인도에서 보낸 사흘간의 야영. 아프리카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값진 여행이었다.
○ 여행정보
▽맛 집 △Joe's Beer House=빈트후크의 넬슨만델라 거리에 있는 바(Bar) 형태의 편안한 식당. 스테이크가 17달러. 타조 얼룩말 오릭스 등 야생동물 스테이크 종합세트인 ‘나미브 부시 파이어’도 같은 가격. 독일 식민시대에 독일 기술로 만든 아프리카 명물 ‘빈트후크 비어’도 맛보도록. www.joesbeerhouse.com
글·사진 나미비아·보츠와나=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