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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의 월드컵 포커스] 옆구리를 찔러라…그리스 심장부가 열린다!

입력 | 2010-06-11 07:00:00

김학범 전 성남일화 감독. 스포츠동아DB



1. 4-1-4-1 전형…수비형 MF가 공격차단·중앙공백 커버
2. MF 위치변화 ‘함정’…전진패스로 풀백을 측면 유인하라
3. 하이볼 경합보다 리바운드볼 선점…2차 공격을 준비하라
4. ‘프리롤’ 사마라스 넘기는 킥으로 득점 연결 ‘카운터펀치’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여부가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성적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허정무 감독 역시 1차전이 최대 관건이라고 늘 강조해왔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대 그리스를 한국축구 최고의 전술가로 꼽히는 김학범 전 성남 일화 감독(사진)이 낱낱이 파헤친다. 김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그리스가 치른 최근 몇 차례 평가전을 집중 분석했다. 김 감독의 입을 통해 그리스 축구의 특징과 장·단점, 공략법, 유의해야 할 점 등을 알아본다.

● 수비형 미드필더가 핵심


그리스 축구의 최대 강점이 탄탄한 수비라는 것쯤은 이제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일반 팬들도 모두 알 정도다. 그럼 그리스 수비는 왜 강한가. 어떤 형태로 포진돼 있고 그 특징은 무엇인가.

그리스 역시 한국을 1승 제물로 보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골이 필요할 경우에는 포백을 쓸 확률이 높다. 그리스의 포백은 기본적으로 4-1-4-1 전형에 기초한다. 이는 사령탑 오토 레하겔 감독의 성향과도 관계가 깊다. 4-1-4-1은 독일에서 처음 사용해 한 동안 세계축구의 흐름을 이끌었던 전형으로 독일 출신의 레하겔 감독도 이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바로 포백 앞에 위치한 수비형 미드필더다. 주로 알렉산드로스 지올리스가 이 역할을 맡는다. 최종 수비수 바로 앞 선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때로 중앙 수비의 공백을 커버해주는 게 주 임무다.

그리스의 중앙 수비수들은 체격이 좋은 대신 동작이 느린 경향이 있는데, 이 약점을 적절히 보완해준다. 4명 혹은 3명이 포진하는 미드필더들도 수비 지향적으로 내려서는 경향이 있어 이들이 각자 포지션을 지키고 있을 때는 여간해서 틈을 노리기가 쉽지 않다.

● 팔 다리 잘라내고 심장 공격


다음으로 미드필드 플레이를 살펴보자.

요르고스 사마라스와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가 측면을 맡고 요르고스 카라구니스와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가 중앙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특징은 미드필더 4명의 위치 변화가 굉장히 심하다는 점이다. 90분 내내 자유자재로 포지션을 바꾸는 패턴이 아주 능숙하다. 주 포지션 공간을 지키면서 자신이 마크해야 할 대상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을 명심하자.

그러나 상대 미드필드 변화는 곧 우리의 공략 지점이기도 하다.

이들이 볼을 갖고 있다가 커트 당했을 때 허점이 많이 보인다. 수비 가담이 이뤄지기 전에 재빨리 역습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횡 패스와 백패스로 시간을 지체하기보다 상대 외곽 공간으로 빠르고 정확한 전진패스를 배달하면 수비를 흔들 수 있다. 상대 좌우 풀백은 안쪽으로 들어와 좁게 서는 경향이 있다. 중앙보다는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은 외곽을 활용하는 게 공격의 첫 단추를 쉽게 꿸 수 있는 방법이다.

측면이 뚫리면 그리스 풀백과 중앙 수비수는 자연스레 볼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러면 아까 언급한 지올리스가 중앙 수비수의 자리를 커버한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지올리스가 빠진 중앙의 빈 공간이 바로 상대 심장부다. 축구에서 득점은 어차피 중앙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측면을 헤집었더라도 슛을 하기 위해서 볼은 다시 중앙으로 이동돼야 한다. 이 공간을 우리 공격수들이 선점하는 게 키포인트다.

한국이 벨라루스 평가전에서 실점을 한 장면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팔 다리부터 잘라낸 뒤에 최후 일격으로 심장을 꿰뚫는 것이다.

● 공중 볼의 주인은 없다

그리스는 전체적으로 체격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세트피스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코너킥이나 코너 아크에서 바짝 붙은 지점에서 날린 프리킥이 아닌 이상에는 페널티 아크 근처에서의 프리킥이 직접 헤딩 골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리바운드 볼이다.

이 말을 기억하라. ‘공중에 뜬 볼은 네 볼도 내 볼도 아니다.’

그리스 공격수가 됐던 우리 수비수가 됐던 누군가의 머리에 1차적으로 맞은 뒤 떨어지는 볼을 누가 따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니 우리의 신장이 작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낙하지점을 예측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 하나 명심하자. ‘어깨를 들지 말라.’

자신의 근처로 공중 볼이 오면 본능적으로 점프하려는 자세를 취한다. 자연스레 어깨가 올라가고 당연히 다음에 취해야 할 제2의 동작이 느려진다. 자신이 점프해서 직접 공중 볼 다툼을 벌일게 아니라면 다음에 볼이 어디로 흐를지를 예상하고 상대 공격수에 앞서 그 공간에 가 있는 게 중요하다.

● 사마라스를 넘겨라

세트피스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득점 루트 중 하나다.

사마라스를 눈여겨보라.

사마라스는 그리스가 세트피스 방어를 할 때 프리 롤이다. 다른 선수들이 자신의 마크맨 수비에 여념이 없을 때도 사마라스는 딱 정해진 위치 없이 어슬렁어슬렁 거린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가 킥이 된 볼을 가장 먼저 걷어 내는 횟수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킥의 낙하지점을 예상하고 미리 그 공간에 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전담 키커 염기훈, 기성용의 스타일도 이미 파악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사마라스의 키를 넘기는 킥을 구사하면 된다. 상대 프리 롤을 우리가 역이용하는 것이다.

사마라스 뒤로 볼을 넘기면 뒤의 수비수와 사마라스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킥을 하는 순간 이 공간으로 우리 공격수가 파고드는 약속된 플레이가 하나만 제대로 맞아 떨어져도 이는 곧 득점으로 연결된다.

김학범 전 성남일화 감독
정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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