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학교 등 서울시내 5개 초등학교 직접 가보니…
“아이들 집에 가둬 키워야할 판”

8세 여아를 학교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벌어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후문.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10일 오후 아이들이 하교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jean@donga.com
외부인들 자유롭게 출입
운동장에 술병… ‘무법천지’
경비도 없고 대책도 없어
학교선 “유괴예방 교육만”
○ 초등학교들 거의 무방비 상태
같은 시간 마포구 A초등학교 역시 동네 주민들이 제지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벤치 아래에는 외부인이 마신 맥주병과 소주병이 굴러다녔다. 운동장에서 하교하는 손자를 기다리던 김모 씨(53·여)는 “주변에 재개발 지역이 많아 걱정”이라며 “학교에 누구나 너무 쉽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J초등학교와 종로구 H초등학교 등 서울의 5개 초등학교를 둘러봤지만 단 한 번의 제지도 받지 않고 건물 안까지 드나들 수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에 공원이 부족하다 보니 인근 주민들에게 공원처럼 개방한 학교가 전체의 90%를 넘는다”며 “일반 공공기관 같은 경비 시스템은 없으면서 개방만 이뤄져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 발만 구르는 학부모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특히 ‘안전지대’로 여겼던 학교에서 여학생이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자 “이제 성범죄에서 안전한 곳이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주부 최모 씨(38·여)는 “그동안 학교는 안전하다고 생각해 등교한 다음에는 안심했는데 이제 그것도 힘들게 됐다”며 “아이 셋을 집에 가둬놓고 키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사건 자체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도 있다.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직장인 오모 씨(37)는 “(사고 당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있었을 텐데 여자 어린이를 학교에서 끌고 가는 것을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재개발지역 특별방범 한다는 경찰, 어디에…▼
○ 경찰과 정부 ‘뒷북 대책’
경찰은 올 3월 제2의 ‘나영이 사건’을 예방하겠다며 ‘성폭력 종합치안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김수철의 범행을 막기엔 허점투성이였다. 당시 경찰은 △재범 가능성이 있는 성폭력 ‘우범자’ 관리 △등하굣길 안전 확보 △재개발·재건축 지역 특별방범활동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수철이 A 양을 납치한 장소는 초등학교 안이었으며 범행 장소도 특별방범활동을 강화하겠다던 재개발 지역 주택가였다.
김수철은 경찰이 집중 관리하기로 한 성폭력 우범자에 포함되지 않는 등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경찰은 신상정보가 공개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 전과자와 지난 20년간 성폭력 관련 전과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전과자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김수철은 1987년 강도강간죄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아닌 데다 범행 시점도 1990년 이전이어서 경찰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동영상 = 슬리퍼 신고 비틀비틀 교문으로…
김수철 범행직전 CCTV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