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생존문제… 현실 외면하고 정쟁거리 삼으면 안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9일 경북도청 지사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낙동강 살리기는 도청 이전과 함께 경북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대구=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낙동강 곳곳 너무 곪아
농업-공업용수 차질땐
사람이 살아갈수 없어
4년간 12조 투자 유치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
밀양에 국제공항 와야
―9일 대구시와 공동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성명을 냈는데….
―왜 낙동강을 이대로 두면 안 되는가.
“구미시장을 할 때부터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40여 년 동안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구미국가공단이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낙동강 덕분이다. 강의 기능이나 역할은 복합적이다. 농업용수와 공업용수에 차질이 생기면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지난 10년간 경북 구간 낙동강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는 1조7000억 원이다. 복구하는 데도 2조9000억 원이 들어갔다. 낙동강 전체로는 각각 6조7800억 원, 11조 원이다. 이게 모두 땜질식 처방이었다. 몇 년 전 낙동강 전 구간을 답사했던 생태전문가가 그러더라. 낙동강 곳곳이 너무 곪아터져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6·2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등 일부 시도지사의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이 적지 않다.
“4대강의 핵심은 낙동강이다. 낙동강 전체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구와 경북은 저지대 상습침수구역이다. 침수지대 주민 1만6000여 명은 준설토를 옮겨 만드는 3300만 m²(약 1000만 평)의 옥토를 손꼽아 기다린다. 게다가 대구와 경북의 550만 주민은 낙동강 물이 식수원이다. 또 연말까지 전체 공정의 60%가 마무리되고 주민 보상도 90% 마친 상태다. 이런 현실에 고개를 돌리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해 반대하면 우린 죽으란 말인가. 지금 농업용수로도 쓰기 어려운 3, 4급 수질 구간도 많다. 개인적 소신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선거를 할수록 겁나고 긴장된다. 자신의 온갖 부족한 점이 드러난다. 솔직해지려고 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고 어려울 때는 솔직하게 협조를 구하려는 자세를 지켰다. 원래부터 지도자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겠는가. 만들어지는 것일 것이다. 지도자라면 우선 국가관이 확실해야 하고 정직해야 한다. 사회가 많이 복잡해진 지금은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경북에서도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예전만 못했다.
“‘텃밭’이라는 표현은 이제 적절하지 않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말 아닌가.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7곳에서 무소속이나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제 ‘일’을 얼마나 믿음직하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점점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을 한나라당은 깊이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경북도청 이전에 걸림돌은 없나.
―재임 실적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지자체끼리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매년 말이면 성적표를 내놔야 하고 가만히 있어도 평가를 받는다. 나이든 한 도민을 만났더니 호주머니에서 자식 이력서를 꺼내 주더라. 우리 아이 취직 좀 시켜 달라고. 4년 동안 일자리를 9만 개가량 만들었지만 솔직히 대졸자가 입사할 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 더 실속 있게 추진할 것이다. 투자유치 12조 원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으로선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김 지사는 도청 옆에 있는 3층짜리 지사 공관의 1, 2층을 대외통상교류관으로 개조했다. 투자유치와 관련된 행사는 거의 이곳에서 연다.
―중앙정부와 수도권에 대한 불만이 있을 텐데….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지방 정책이 달라져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이른바 ‘중앙과 지방’의 차별적 구조는 정말 고질적이다. 서울에서 먼 지방일수록 더 낙후된다. 한쪽(수도권)은 이미 60m가량 가 있는데 이제 출발선에 선 사람(지방)과 100m 달리기를 시키는 건 불공정 게임이다. 남자보고 애 낳으라는 것과 같다. 일대일로 당당하게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지방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방이 발전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김 지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동남권 국제공항도 경남 밀양에 꼭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하늘길이 열리지 않으면 영남지역 1300만 주민의 미래도 막힌다는 것이다.
―4년 뒤 경북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그저 바라만 보아온 ‘강(낙동강)·산(백두대간)·바다(동해안)’와 풍성한 문화재(전국의 20%)도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민선 6기와 새 도청이 출발하는 2014년에는 경북이 국토의 든든한 등뼈 역할을 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김 지사를 따라다니는 별명은 ‘DRD’(‘들이대다’의 영문 약자)이다. 새마을운동의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1%의 가능성만 보이면 저돌적으로 덤벼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고 도민들이 붙여준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지사는 “도민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지사를 보면 재수 좋다는 기분이 들도록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리=대구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일자리 22만개 창출… 먹고사는 ‘江山海’로
김관용 경북도지사 당선자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정부의 4대강 개발사업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둔 대표 공약은 ‘일자리 22만 개 창출’이다. △기업 유치를 통해 6만 개 △대단위 국책사업 추진을 통해 6만 개 △사회적 기업 100개 육성 등 새로운 일자리 모델 창출을 통해 1만 개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추진본부’를 신설해 20조 원 이상의 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은 “외국인투자지역, 투자유치촉진지구를 새로 지정하고 외국인학교를 건립하는 등의 정책적인 방안도 주요 일자리 창출 수단”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의 ‘바라보는 강(江)산(山)해(海)에서, 먹고사는 강산해로’ 공약은 4대강 개발사업과 연계된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과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경북을 아우르는 낙동강과 백두대간, 동해안을 연계한 개발사업을 압축한 표현이다. 세부사업인 ‘낙동강 연안 그랜드 플랜’은 국비 5000억 원, 지방비 5000억 원 등 모두 1조 원을 들여 안동 예천 문경 의성에 낙동문화 테마파크를, 구미 칠곡 영주 경산 영천에 그린에너지 지원센터를, 고령 성주에 친환경 농업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이다.
농어촌이 많은 경북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김 지사는 동해 특산물인 대게를 명품화하고 사과 수출 프로젝트, 한식 세계화 등을 구상했다. 또 김 지사는 첨단산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세부 방안으로 △제2 원자력연구원 건설 △원자력 수출산업단지 조성 △바이오·메디컬산업벨트 조성을 제시했다. 복지정책으로는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은퇴 노인 복지촌 건설, 보육시설 확충 및 다문화가족 지원기금 60억 조성 등을 추진한다.
김 지사의 공약에 대해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개발 중심으로 기운 경향이 있으며 정책 추진에선 개발과 복지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약력
△경북 구미(68) △대구사범학교, 영남대 경제학과 △행정고시(10회) △대통령민정비서관 △구미시장(3선) △경북지사(2006년∼현재)
인터뷰=허승호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