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는 여성들을 많이 봤다.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겠지만, 사실 축구에서 가장 까다로운 규칙이 오프사이드이고 이것만 잘 알아도 축구 전문가라고 할 만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한국-스위스 전 때는 스위스의 공격수 프라이가 우리 진영에서 볼을 잡자 선심은 오프사이드 기를 들었지만, 주심은 이를 무시하고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선언했고 우리 수비수가 주춤하는 사이에 프라이가 골을 넣은 적도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규칙인 오프사이드를 모른다고 해서 축구를 잘 모른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1일부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한 달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성들이야 그렇다 치고 축구가 별로인 여성들도 남편이나 연인, 동료 등 주위 남자들 때문에 축구 경기를 봐야 할 상황이 오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면에서 아무리 축구에 관심이 없던 여성이라도 한국팀의 경기를 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한국팀이 골을 넣으면 환호하고, 만약에라도 상대팀에게 골을 빼앗겼을 경우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하면 된다. 여기에 박지성 이운재 이영표 김남일 차두리 등 2002월드컵 때의 주전들이나 박주영 이청용 등 해외파의 이름은 한번이라도 들어봤을 테니까….
왜냐면 10번은 각 팀의 에이스로 골을 넣는 게 목표인 축구에서 대부분의 플레이가 10번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각 팀 에이스가 10번을 달게 된 것은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가 10번을 달고 뛰어서였다. 펠레 이후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프랑스의 미셸 플라티니와 지네딘 지단, 브라질의 지코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이 10번을 달고 뛰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각 팀의 에이스들이 10번을 달고 뛴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브라질의 카카, 독일의 루카스 포돌스키, 스페인의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팀의 10번은 박주영이다. 이 정도만 알면 "축구 잘 몰라요"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