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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묘비 따로 일부는 합장까지… 美알링턴 국립묘지 관리 엉망

입력 | 2010-06-12 03:00:00


미국 워싱턴 시내를 관통하는 포토맥 강변 건너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위치한 국립묘지는 미국의 성지(聖地)로 일컬어진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지난해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 3형제가 안장돼 있으며 남북전쟁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 주요 전쟁의 전사자를 포함한 30만여 명의 ‘영웅’들이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10일 미국에서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가 밝혀지면서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존 맥휴 육군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알링턴 국립묘지의 허술한 관리실태에 대한 6개월간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알링턴 국립묘지는 묘역 전산화작업 미비와 부실한 묘역관리 기록으로 전체 30만 기 가운데 묘지와 비석이 불일치한 경우가 211기나 됐다. 심지어 이미 장병의 시신이 안장된 묘지에 다른 전사자 시신을 합장한 사례까지 나왔다. 두 전사자의 시신을 이중 매장한 사실은 먼저 매장된 전사자의 유족이 성묘를 갔다가 다른 전사자 이름이 적힌 비석을 발견하고 이를 문제 삼으면서 국립묘지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

맥휴 장관은 “이번에 적발된 사항들은 매우 우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라며 전사자 유족들에게 사과를 표명했다. 또 “그런 관행은 오늘로서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다만 묘지를 의도적으로 소홀하게 관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며 “1990년 이래 10만여 명에 대한 묘지 안장 작업이 이뤄졌지만 관리 인력이 140명에서 97명으로 줄어드는 등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맥휴 장관은 알링턴 국립묘지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묘역관리를 총괄적으로 책임질 사무국장직을 신설하고 여기에 민간인 출신인 캐스린 콘돈 전 군수사령부 부사령관을 임명했다. 그 대신 그동안 알링턴 국립묘지를 관리해온 존 메츨러 소장은 전날 사퇴 의사를 밝혔고 서먼 히긴보섬 부소장은 즉각 휴직 처리했다고 맥휴 장관은 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