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수문장 이운재(37·수원 삼성)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운재는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에서 열린 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후배 정성룡(성남)에게 골키퍼 자리를 내눴다. 1994년 미국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네 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그로선 격세지감을 느끼는 순간 이었다. 허 감독은 장신 군단 그리스를 상대하는데 키(190cm)가 이운재(182cm)보다 크고 순발력이 더 좋은 정성룡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운재는 최근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다. 올 K리그에서 소속 팀의 부진과 함께 자신에 대한 평가도 그 어느 때보다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운재는 올 시즌 K리그에서 대량 실점을 하고 있다. 9경기에서 18실점 경기당 2실점으로 지난해(경기당 1실점·26경기 26실점)보다 배가 늘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에서는 "이운재로 월드컵을 치러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운재의 부진은 수원의 부진 탓도 컸다. 노장인 탓에 신체적인 능력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경기 운영능력에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 전문가들은 수원의 수비라인과 공격라인이 제 몫을 못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이운재에게 많이 와 타나난 현상이라고 말한다. 물론 일부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운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차례의 월드컵을 출전하며 쌓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17일 아르헨티나, 23일 나이지리아 경기 땐 다시 골문을 지킬 가능성도 있다.
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