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인 이정수(30·가시마 앤틀러스)는 '공격하는 수비수'다.
고교, 대학무대에서 촉망받은 공격수였던 이정수는 2002년 등번호 7번을 받으며 안양(현 서울)에 입단한다. 그러나 당시 안양에는 뚜따, 마르코 쌍포에 최태욱, 안드레, 진순진, 정광민 등이 공격진을 이루었다. 신인 이정수가 공격수로서 안양에 뛸 자리는 없었다.
프로 무대에서 생존을 위해 이정수는 이듬해 중앙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이정수는 큰 키에 빠른 스피드, 좋은 헤딩력이 있었다. 생각하는 축구를 했고 눈치도 빨랐다. 하지만 공격수에게 필요한 세밀한 기술에 약점을 보였다. 당시 이정수를 지도했던 조광래 감독은 이정수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지션 전환을 권유했고 이정수가 공격수의 옷을 벗고 수비수 훈련에 매진하면서 새로운 축구 인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비수 이정수'의 역사가 쓰이기 시작했다.
수비수로 변신한 이정수가 세간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여름 인천으로 이적하면서부터다. 임중용, 김학철, 이상헌 등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수비수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2005년 인천의 K-리그 준우승 밑거름 역할을 했다.
이정수는 2006년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수원의 붙박이 중앙 수비수 겸 오른쪽 풀백으로 곽희주, 마토와 수원의 뒷문을 단단히 잠궜다. 그리고 수원은 이정수의 활약 속에 2008년 K-리그 우승의 주역이 되었다.
K-리그에서의 활약은 자연히 국가대표 발탁으로 이어졌다. 평소 이정수를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이정수를 발탁하며 수비를 책임지게 했다. 이정수는 자신에게 영광스러운 기회를 준 허정무 감독에게 보은이라도 하는 듯 매 경기 맹렬히 뛰었다. 아시아의 실력 있는 공격수들을 모두 막아내며 월드컵 출전 티켓을 선사했다.
이정수는 중앙 수비를 이뤄 그리스전에 출전했다. 허정무호 출범 후 중앙 수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조용형과 함께 짝을 이뤄 세계 강호를 상대해 왔다.
그동안 한국팀을 철저하게 분석했던 그리스는 한국팀의 공격수인 박주영 염기훈에게만 신경쓰다 '공격하는 수비수' 이정수에게 일격을 당했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