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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3연속 득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박지성은 12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그리스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7분, 왼발 추가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추격이 거세지던 시점에서 터진 천금같은 추가골이었다.
득점 장면에서도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상대 수비의 볼을 중간에 가로챈 뒤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몸싸움을 이겨낸 뒤 침착한 왼발 땅볼 슛으로 쐐기 골을 박았다. 박지성은 득점 후 양 팔을 크게 벌리며 마치 풍차가 도는 듯한 세리머니로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한국에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을 넣은 선수는 박지성이 처음.
2002한일월드컵 포르투갈 전 결승골, 2006독일월드컵 프랑스 전 동점골에 이어 이번에도 골을 터뜨리며 역시 한국 축구의 확실한 에이스를 확인시켰다.
골 뿐 아니라 플레이 면에서도 발군이었다.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부지런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스로 한국 공격의 물꼬를 텄다.
특히 전반 27분에는 하프라인 근처에서 박주영에게 그림 같은 스루 패스를 연결해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줬다. 박주영의 오른발 슛을 상대 골키퍼가 가까스로 발로 막아내 도움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 수비수들을 당황케 하기에는 충분했다.
박지성은 경기 전날인 11일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수비 공략 법은 내일 보여주겠다”고 당당한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기어코 증명해냈다.
이제 박지성의 눈은 지금껏 아무도 이루지 못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보고 있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동영상 = ‘월드컵 킬러’ 박지성의 30m 돌진 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