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춤, 연기 3박자를 갖춘 아이비는 늘 뮤지컬 섭외 1순위였다. ‘키스 미 케이트’에서 비앙카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는 아이비는 과연 ‘제2의 옥주현’이 될 수 있을까.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첫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비앙카역 맘에 쏙…지옥훈련 거뜬
공연하다 떨릴까 봐 청심환도 준비
악플 걱정? 인터넷 꺼버릴거예요”
더워도 너무 더웠던 오후. 등이 땀으로 펑 젖은 채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근처 카페에서 빙수를 시켜 먹고 있는데 아이비가 불쑥 들어와 깜짝 놀랐다. 원래 그녀와의 인터뷰 장소는 이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날 밤 12시까지 케이블TV 채널 Mnet의 ‘슈퍼스타K 시즌2’ 심사를 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났단다. 그리고 종일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연습을 하고 이제 막 나온 참이다.
아이비는 ‘키스 미 케이트’에서 비앙카 역을 맡아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다. 어리고, 예쁘고, 춤 잘 추고, 모든 남자들이 좋아하는 비앙카 역은 그녀에게 참 잘 어울려 보인다. 벌써 별명도 생겼다. ‘아이비앙카’. ‘아이비’와 ‘비앙카’의 합성어다.
인터뷰를 하기 훨씬 전부터 아이비와 기자는 트위터로 인터뷰가 아닌 ‘수다’를 떨어 왔다. 아이비는 “뮤지컬이 참 재밌다”라고 했다.
직접 만나 “뭐가 그리 재미있나”라고 물으니 “사람들이랑 협동해서 뭔가를 한다는 게 재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가수 활동은 뭐든 혼자서 해야 한다. 일상 리듬도 바뀌었다. 가수는 대개 오후나 저녁부터 일을 한다. 하지만 뮤지컬은 오전 10시부터 연습이 시작된다.
재미는 있지만 연습은 고되다.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진저리를 치는 ‘텐 투 텐(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은 아이비라고 예외가 아니다.
‘키스 미 케이트’의 연출자는 외국인이다. 상당히 꼼꼼한 양반인지라 배우에게 소소한 것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하기를 원한다. 특이한 점은 배우를 위한 ‘맞춤형 연출’이라는 것.
“저보고 ‘다리 찢을 수 있냐’, ‘턴은 얼마나 할 수 있냐’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근데 저 다리 안 찢어지거든요. 예전에 너무 많이 하다가 골반이 틀어져서, 지금은 아파서 못 해요. 아니, 무서워서 못 찢겠어요. 흐흐”
뮤지컬을 하면서 배우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가수는 3분 30초 노래하면 끝이지만, 배우는 두 시간이 넘게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 아이비는 배우들만 보면 “선배님, 존경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아이비는 “있을 거에요.” 하더니 이내 “있길 바라요. 제발! 흑흑”하고 엄살을 부린다.
첫 공연 때 떨리면 먹으려고 청심환을 준비해 놨다는 아이비. “혹시 안티 팬들이 걱정스럽지는 않냐”고 물으니 “뮤지컬 할 땐 인터넷 안 볼 거예요. 트위터만 해야죠”라며 하하하 웃었다.
‘아이비앙카’가 나오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는 7월 9일부터 8월 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