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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여중생 재치로 성폭행 모면

입력 | 2010-06-15 03:00:00

“화장실 다녀오겠다” 50대男 안심시킨뒤 가족에 전화




성폭행을 당할 뻔한 여중생이 기지를 발휘해 범인을 안심시키고 휴대전화로 범행 장소를 가족에게 알려 위기를 모면했다.

A 양(13)은 11일 오전 2시경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주택가에 산책을 나와 강아지와 놀고 있었다. 그때 술에 취한 김모 씨(51)가 오토바이를 탄 채 다가왔고 강아지가 놀라 달아났다. 김 씨는 “강아지를 같이 찾자”며 A 양을 꾀어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웠다. 김 씨는 A 양이 살고 있는 동네를 몇 바퀴 도는 척하다 곧장 이태원으로 방향을 틀었고 금호동, 옥수동 등 10여 km를 1시간여 동안 돌아다녔다. 한강 동호대교에 도착해서는 김 씨가 A 양의 몸을 더듬고 만졌다. 그때가 오전 3시경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A 양은 김 씨 몰래 친오빠에게 ‘이상한 남자가 한강에 끌고 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곧이어 주변 건물 등 자신의 위치를 알 만한 내용도 4건 더 보냈다. ‘자기 근처에서 볼일을 보라’고 다그치는 김 씨를 달래 공중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아버지와 통화도 했다. 이어 지나는 행인에게는 위치를 설명해 달라는 재치도 보였다. 아버지는 딸의 위치를 파악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는 김 씨를 쫓아가 성추행 혐의(추행 유인)로 13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중생과 부모의 차분한 대처가 없었더라면 큰 화를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