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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보역량 재구축이 軍의 명예 살리는 길이다

입력 | 2010-06-15 03:00:00


감사원의 ‘천안함 사태’ 감사 결과에 군(軍) 당국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군사작전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소명 기회가 부족한 상태에서 감사가 이뤄져 군 및 지휘관들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주장이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전역지원서를 내면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반박했다. 감사결과를 둘러싼 군 내부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군 관계자들은 군사작전에 관한 이해 부족의 대표적 사례로 합참의장의 정위치 문제를 꼽는다. 이 의장은 천안함 침몰 다음 날인 3월 27일 오전 2시경 지휘통제실을 벗어나 집무실에 있다가 오전 5시경 복귀했다. 감사원은 이를 ‘정위치 이탈’로 판단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군의 시각이다. 이 의장은 통신장비가 완비된 같은 건물 내에 있었고, 천안함 긴급 상황도 오전 2시경에는 이미 끝난 상태여서 ‘이탈’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어제 감사결과에 조목조목 해명하는 자료를 발표하려다 중단했다. 그 대신에 인사조치 대상자로 통보된 25명에 대해 옥석을 가려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안을 놓고 감사원과 국방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공방이 오가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국방부가 감사원 감사를 자청했던 것은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감사원도 18일간 감사관 29명을 투입해 나름대로 철저한 감사를 진행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국방부가 잘못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이번 일이 강군(强軍)을 향한 진통이 될 수 있다.

군은 흐트러진 안보역량을 재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의연함을 보여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군의 명예, 사기(士氣), 기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와 군의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적전(敵前)분열과도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 김정일 집단만 좋아할 것이다.

정부는 어제 한민구 육군총장을 합참의장으로 내정하는 등 대장 인사를 단행했다. 군단장급 인사와 문책인사도 빨리 마무리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지휘권을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