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폴리티컬 마더’
무대 ★★★★ 안무 ★★★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안무가 호페시 섹터의 ‘폴리티컬 마더’는 공적 권력에 억압받는 인간의 모습을 강렬한 록 음악과 함께 표현했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일본 사무라이로 분장한 무용수가 긴 칼로 할복자살하는 장면이었다. “국가와 같은 공적 존재와 개인이 갈등을 겪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안무가의 의도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셱터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2008년 영국비평가협회 선정 최우수 현대무용 안무상을 수상한 젊은 안무가. 그의 첫 전막 작품인 ‘폴리티컬 마더’는 할머니의 전쟁 체험을 모티브로 했다.
공연 말미, 2층 무대 중앙에 ‘Where there is pressure, there is folk dance(억압이 있는 곳에 전통무용이 있다)’라는 문구가 드러나고, 무용수들은 문구 아래 늘어선 채 굳게 잡은 손을 들어올렸다. 억압이 있는 곳에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저항이 있었으며 춤이라는 형태로 분출되기도 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공적 권력의 폭력에 희생당해 온 사람들의 역사’라는 거대한 주제를 담기에 70분이라는 시간은 적당하지 않았다. 강렬한 이미지만으로 채우기에는 길고, 기승전결을 갖추기엔 짧았다. 충격적이지만 비슷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불필요한 반복으로 느껴졌다. 핵심 주제를 춤이 아니라 직설적인 글귀로 표현했던 점도 아쉬웠다. 록 콘서트 같은 짜릿한 흥분은 안겨 주었으나 극적 완결성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공연이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