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대본 ★★★★ 연출 ★★★☆ 연기 ★★★☆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에서 만화가 김종태(김문식·오른쪽)가 백과사전을 팔러 그의 집을 찾은 방문판매원 양상호(임형택)에게 가정식 백반을 대접하고 있다. 사진 제공 극단 작은신화
독특한 제목과 달리 요리에 관한 연극은 아니다. 가정식 백반이 등장하지만 어떻게 요리하느냐보다는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다. 등장인물은 둘뿐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명 만화가 김종태(김문식)와 그의 집을 찾은 얼굴 두꺼운 도서방문판매원 양상호(임형택)다. 그렇다고 세일즈맨의 애환을 담은 작품도 아니다. 백과사전 전집을 팔기 위한 양상호의 능글맞은 분투가 웃음을 끌어내지만 그 과정에서 꺼낸 사소한 거짓말들이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거미줄이 된다. 만화나 책에 대한 연극도 아니다. 만화는 두 사람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만 맡을 뿐이다.
두 번째 영화는 ‘크라잉 게임’이다. 영화에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소속 백인 테러리스트와 흑인 동성애자의 절망적 관계가 개구리와 전갈에 대한 우화를 매개로 희망의 빛깔을 띤다. 반면 연극 속에서 얼핏 희망적으로 보이던 두 사내의 관계는 김종태가 양상호에게 들려주는 개구리와 나무꾼에 대한 우화를 축으로 절망으로 선회한다.
마지막 뮤지컬은 어눌한 ‘나’와 자신만만한 ‘그’가 등장하는 ‘쓰릴 미’다. 꽃미남 둘이 등장하는 뮤지컬과 달리 연극에선 이웃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사내 둘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비대칭적 관계가 막판에 섬뜩하게 역전된다는 점에선 동일한 구조를 지녔다. 진짜 차이는 그 여운에 있다. 뮤지컬에선 승자의 웃음소리가 긴 잔향을 남기지만 연극에선 패자의 울먹임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i: 2만 원.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혜화동1번지(20일까지), 정보소극장(7월 7일∼8월 1일). 02-889-3561∼2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