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4∼5시간은 잤다는데, 내 짝은 생생하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은 하 군처럼 ‘잠과의 전쟁’을 벌이는 대입 수험생이 적지 않다. 밤늦게 혹은 새벽에 생중계되는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학교에선 오전 내내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막상 일찍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때 이른 고온현상에다 습도도 높아 숙면엔 최악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취침 리듬이 깨지면 수험생들은 부지불식간에 ‘지연형 수면위상 증후군’을 겪게 된다. 이는 잠에 드는 시간이 계속 지연되면서 생활과 생체리듬이 동시에 깨지게 되는 증세다.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오전 및 낮 시간에 졸린 상태가 유지되면서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밤에는 ‘오늘은 푹 자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오히려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불면증을 겪기도 한다.
① 수면일지를 써라!
나의 잠 습관을 알아야 잠 전략도 세운다. 나의 수면습관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수면일지’를 작성하면 효과적이다. 수면일지엔 △잠든 시간 △일어난 시간 △총 수면시간 △잠들기 전 한 생각 △일어난 후의 느낌 등을 기록한다. 일어난 뒤 개운한 느낌이 든 날은 잠든 시간과 수면시간을 확인해 자신에게 꼭 맞는 수면습관을 기른다.
늦게 잤건 일찍 잤건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생체리듬이 유지돼 학습능률도 높아지고 그날 밤 숙면도 취할 수 있다.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며 주말에 마음 놓고 ‘몰아서’ 자는 행위는 피한다. 주말에 늦게 일어나면 다음날 저녁잠이 안 와 또 늦게 자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주말에도 주중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선 주말 오전에 친구와 만나 공부를 하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약속을 해 꼭 일어나야 할 이유를 만든다.
자기 전 컴퓨터를 하면 뇌가 흥분돼 숙면에 들기 어렵다.
③ 밤잠 전엔 암기과목을!
밤잠을 자기 직전에는 영어단어나 탐구과목처럼 암기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잠은 뇌에 영향을 줘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므로 영어단어나 과학 공식 등을 달달 암기한 뒤 잠에 들면 확실한 기억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런 ‘정리과정’을 거치면 실제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것 이상의 공부효과가 나타나며 시험시간에도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④ 쪽잠도 계획에 따라서!
학교에서의 쪽잠도 ‘정오에 밥 먹고 20분 취침’ ‘저녁식사 후 20분 취침’처럼 계획적으로 잔다. 쪽잠도 주도면밀하게 관리하면 하루 쪽잠 총량을 2시간가량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쪽잠에 빠졌다가 원활히 일어나기 위해서는 MP3 플레이어에 알람을 설정해 놓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뒤 자도록 한다. 만약 잠에서 일어나지 못할까 두렵다면, 휴대전화를 10∼15분 뒤 진동알람 모드로 맞춰놓은 뒤 전화기를 이마에 대해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도 방법이다.
⑤ 잠의 패턴을 바꿔라!
시험 2주 전부터 생활패턴을 시험당일에 맞추어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수면 패턴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으로 바꾼다. 오후 11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나면 하루 7시간 정도의 수면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오전 시간대부터 맑은 머리를 유지해 시험을 치르는데 적합한 상태가 된다.
기상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전날보다 30분 이상씩 무리하게 앞당기는 행위는 금물. 몸이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아침 기상시간은 매일 15분씩 점진적으로 앞당기도록 한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