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일 당초 예고한 대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다음 날 열린 자본시장은 정부의 방안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각각 3000억 원, 2000억 원 이상 국내 유가증권을 순매수했고 원-달러 환율은 23원 이상 떨어졌다. 내용이 이미 며칠 전부터 시장에 알려졌던 까닭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방안이 별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정부의 이번 규제는 앞으로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선물환 규제는 낮은 달러화 조달 비용을 무기로 높은 수익을 올리던 이들의 활동 영역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은행 지점들은 그동안 신규 투자비가 많이 들고 수익성이 낮은 소매영업보다 낮은 달러 조달비용과 브랜드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높은 도매영업을 해왔다. 그리고 그중 중요한 부분이 국내 수출업체의 환위험 헤지 수요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 과정에서 ‘낮은 금리의 달러 조달, 높은 금리의 원화 채권 매수’로 돈을 벌었던 것이다. 특히 이전에는 선물환과 현물환 포지션을 합한 순포지션을 기준으로 규제를 해왔기 때문에 외국계 은행 지점들은 달러 조달만 가능하면 거의 제한 없이 이러한 영업을 늘려 수익을 내왔다.
물론 외국계 은행들은 서울지점에서 영위하던 영업을 홍콩 등 역외로 옮겨 수행할 것이다. 어차피 한국 정부의 규제는 역외 금융기관에 적용되지 못한다. 또 자본을 늘려 대응할 수도 있다. 자본금 규모가 작은 은행들은 소규모 자본 확충만으로도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의도한 만큼 달러 자금 유입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역외 금융기관들도 포지션 헤지를 위해 국내 금융기관과 거래를 해야 한다고 보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적어도 이 과정에서 실물 거래 헤지 이외의 투기적 거래가 줄어든다면 이것만으로도 정부의 계획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